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그들은 본질적인 것에 대해 물어보는 법이 없다.

어린왕자

나는 투자를 하면서 숫자를 많이 본다.
사실들은 여러 갈래의 여러 부분에서 서로 얽혀있고, 그 결과는 기업의 실적이라는 이름을 꼬리표로 붙여 숫자로 드러난다.

스캘핑을 할 때는 숫자를 절대적으로 믿었고, 중장기 투자를 하는 지금도 숫자를 끼고 산다.
숫자는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인간 기준의 자로 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의 길이는 이 만큼입니다.”라고 결론을 내어버리면 알 수 없는 것을 알게된 듯 맘이 편하다.

그러나 그것은 빗나간 궤도의 오차가 점점 커지는 것만큼이나 그릇된 반올림에 가깝다.
하나의 세계는 다른 세계를 완전히 대변할 수 없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의 본능은 세상 여기저기를 사포로 갈아내어 틀에 박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한다.

경향성에서 규칙을 찾아내려는 이 폭력적인 시도는 세상을 그럭저럭 굴러가게 해주는 고마운 도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것처럼 개별의 문제는 전혀 다르다.

나는 이에 관해 ‘모든 개인적인 일에는 다양성이 있지만, 경향성에는 원리가 있다.’라고 정리하고 싶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원래부터 숫자를 좋아했던 것인지.
어쩌면 나이를 먹어가면서 숫자에 익숙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지 호기심을 잃은 것일수도 있다. 숫자는 익숙하고 새로운 일들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나는 모든 일들을 개별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 일들이라는게 멀리서 보면 대게 비슷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모두 다르다.

스스로가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에 대해 모르고 있음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일에 관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아는 것이 많을수록 그에 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숫자보다는 시를 좋아하는 낭만의 시대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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