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디지털 카메라 DSLR sony a57

sony a57
나의 첫 카메라. 소니 a57

5년쯤 되었나싶다. 처음으로 카메라를 구입한 때가.

당시에 기타도 사고 디카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함께 샀는데, 사진에 관심이 생겼다기보다는 내 삶의 반경을 넓히고 싶은 맘이 컸다.

아무튼 이 녀석과 내 인생 첫 해외여행을 함께 했다.
참 무거웠다.
그 후로도 몇 번 비행기를 함께 탔지만 여전히 무거웠다.
그래도 집에 돌아와 여행 갔던 곳이 기억에서 흐려질 때쯤이면 사진을 보면서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는 녀석이었다.
매번 자동 모드로 맞춰놓고 사진을 찍었지만 그럼에도 단순한 쨍함이 맘에 들었다. ㅋㅋ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액션캠이나 휴대폰으로 여행을 다니는 편이 훨씬 좋다고 생각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여행의 즐거움 > 기록의 중요함’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이 녀석은 제 자리를 뺐기고 2년이 넘도록 먼지만 가지런히 덮고 있었다.

그런데 몇 개월 전 갑작스레 부탁을 받아 사진을 찍어줄 일이 생겼다.
나는 사진에 대해 잘 모른다며 한사코 거절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서로간의 기대감이 크지 않다고 해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한 순간의 책임을 지게 되니 신경이 쓰이더라.
항상 자동으로 찍어왔지만, 기본적인 개념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완전 처음부터 다시 공부했다. 예전에 사뒀던 사진학 강의를 꺼내 읽고 유튜브 강의 동영상들도 많이 봤다.

당장 번들렌즈로는 원하는 사진을 찍어내기 힘들 것 같아서 친구에게 카메라를 빌려 여차저차 셀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재미있게도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사진에 진짜 관심을 가지게 됐다.

평소에 ‘높은 화소의 카메라로 사진을 넓게 찍고 원하는 방식대로 크롭하면 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알고나니 질문 자체가 잘못되어있었다.
당연히 보정에 대해 가지고 있던 어설픈 오해도 풀렸다.

빛과 프레임을 다룸으로서 자기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놀이에 흥미가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유행에 편승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스스로 우러나온 관심이었다.

slamdunk
이번에는 진짜다!

새로 산 바디는 하루에도 참 많이 찍고는 하는데, 호오가 명확히 생기지 않은 수준이라 좀 더 다양하게 시도해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이 카메라는 순전히 기록의 용도로 약 4,500컷. 정말 얌전히 사용했다. 그럼에도 고맙고 정이 가는 녀석이다. 처음이란 건 모두 그렇다.
그리고 미러리스보다 파지에서 오는 안정감이나 셔터음 또한 매우 매력적이라 그냥 꺼내들고서 줌을 만지작거리고 셔터를 눌러보기도 한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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