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 생각정리

과거도, 미래도 거짓말 같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의 다른 이름인 기억은 보통의 관념보다 주관적이다. 과학이 말하길 기억이란 왜곡이 많이 일어나고, 의도에 따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가능할 뿐만 아니라 우리는 우리 스스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왜곡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미래는 애매하다. 시간과 미래에 관한 이론은 많이 있다만 그것들에 대해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를 벗어날 수 없는 하나의 인간이 모르는 것에 대해 상상해 현재의 길잡이로 삼는 건 바보같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생에 관해 변하지 않는 사실로 보이는 것은 오직 태어난다는 것과 죽는다는 사실 뿐이다. 그런데 이게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이 태어나는 일과 죽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의식은 자신의 탄생과 죽음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다. 아이러니하다.

언젠가부터 죽음이 두렵지 않아졌으나 아마도 ‘먼 미래의 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란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재 뿐이고 우리는 누구나 종국에 죽음을 현실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것을 경험할 수 없으면서도 두려워하다니 웃긴다. 그렇다면 우리가 두려운 것의 실상은 상실이 아닐까.

조금 더 물어본다.
우리는 이미 삶을 통해 상실들을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꽤 아픈 편에 속한다만 그것만으로는 죽음에 대한 우리의 느낌을 설명하기에 부족한 것 같다. 아마도 상실의 고통조차 느낄 수 없도록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구구절절 설명해야겠다.

그렇게 이해하고 나면 죽음은 당도해서야 나타나는 문제가 아닌 현재의 문제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라는 족쇄를 달고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어떤 일에 ‘의미’라는 꼬리표를 붙여야 조금이라도 더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을까.
실은 이 생각에서부터 시작해서 위의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만족을 모르는 머리는 늘 비교하며 답에 가까운 것들 쫓으려는 천성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인류의 피에는 시지프스의 그것이 꽤 많이 섞여 있는게 아닐까 싶다.

늘 돌고 돌는 생각이지만 구구절절 적고나면 온갖 생각들이 차분히 가라앉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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