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이 맞다면 이 녀석은 나와 20년 이상 함께 해 온 녀석이다.
확실히 초등학교 저학년 때도 내 손에 쥐어져 있었으니, 참으로 투박하고 튼튼하다고 할 수 있겠다.
설계 자체가 조악한 탓인지 요즘 나오는 큐브처럼 돌리는 맛이 좋지 못하다. 철컹 철컹 걸리는 맛이 마치 육중한 쇠붙이의 몸놀림같다.
어른이 된 지금도 가지고 놀려면 손아귀에 힘을 잔뜩 주어야 하는데 어린 시절 어느 날은 하루 종일 가지고 요리 조리 돌렸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는 한 면을 맞추기도 어려웠는데, 3~4학년 쯤에는 의외로 끈기가 생겨 3면까지는 거뜬히 맞추고 종종 4개면을 맞추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국 다 맞추지는 못하고 포기했었다. 그러던 것이 군대에서 선임이 큐브를 가지고 노는 통에 공식을 배워 그제서야 처음으로 여섯 면의 색을 완전히 맞춰보았다.
한번은 때가 잔뜩 끼어서 힘으로 각 블럭을 빼낸 후 세탁하기도 했었다. 찌글 찌글 못생기고 잘 돌아가지도 않는 이 녀석을 오랫만에 꺼내 맞춰보니 시간도 잘가고 역시 나는 이런 것들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큐브도 틈 날 때마다 하면 집중력이나 두뇌 개발에 참 좋을 것 같은데… 뭐, 다른 활동도 그런 면들이 없지 않아 있으니 지금은 집중하는 것에 집중하고 나를 비워내기 위해서 이 아이를 놓아주기로 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