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한때는 어린이였던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
내가 어린왕자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이다.

그 당시 나를 아껴주셨던 담임 선생님께서 “어린왕자는 매번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여유나 유머와는 거리가 먼. 정말이지 담백하게 진지한 어린이였고 결국 매년 어린왕자를 읽고나서 그 변화를 스스로 느껴보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어린왕자를 읽고나서 나는 조금 혼란스러워했다.
어린왕자든 비행기조종사든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대화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코끼리를 집어삼킨 보아뱀의 그림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왜 문제란 말일까?
‘뭐, 바로 못 알아볼 수도 있지. 잘 그리지도 못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어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린왕자 이야기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읽고 또 읽었다. 지금은 다른사람에게로 내 손을 떠난  책의 첫 장면이 아직도 내 머리속에 또렷하게 남아있는건 도무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원시림의 책 내용이라며 옮겨 그려놓은 – 뱀이 꽁꽁 똬리를 틀어 바다수달을 잡고는 그 입을 무지막지하게 벌리고 있는 – 그림이었다.)

그럼에도 어린왕자를 매년 읽어보겠다던 나의 계획은 4년 이상을 가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후에도 문득문득 생각이 날 때면 책을 펴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을 읽고는 했다.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부분은 어린왕자가 의자를 뒤로 살짝 물러  해가지는 풍경을 계속해서 바라보는 장면이다.
가끔은 사막여우가 황금빛 밀밭을 바라보며 어린왕자를 기다리는 모습도 종종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하지만 20대에 들어서 나는 어린왕자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어린왕자가 떠올라 다시 조금씩 읽어보았다.

어릴적 앨범을 꺼내 읽듯 낯익은 장면들이 눈을 스쳐 지나간다.
양이 들어있는 조그마한 상자. 바오밥나무로 둘러쌓인 조그만 별. 차곡차곡 쌓아올린 귀여운 코끼리들. 새침떼기 장미꽃까지…

어린시절에. 청소년기에. 그리고 지금 읽어보는 어린왕자는 정말 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이제  예전처럼 정신없이 바쁜 사업가가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았고,  아무 생각없이 기차안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다니는 사람들이나 술주정뱅이가 실제로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결국 나도 어른이 되었구나.’ 라고 여겨질 때쯤.. 어린시절에 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이 내게는 행운이라는 생각 들었다.
물론 요즘 어린이들은 너무나 똑똑해서 어린왕자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알지만 항상 깜빡하고 잊어버리는 것.

정말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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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록을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을 무서워하는 편이다. 하마터면 내가 손에 쥔 무엇가를 놓쳐버릴까봐서.

추억, 고민, 아름다운 감정.

그래서 Evernote를 좋아하고, 어린시절의 일기장을 창고에 남겨두고있다. 내 주변에는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일기를 계속 쓰고 있는 아이가 있어서 요새는 나도 종종 일기를 다시 적곤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착한 어린아이가 아니라서 매일 일기를 적지는 않는다. 귀찮으면 녹음을 하기도 하고 하루 24시간을 다섯줄로 싹둑 잘라버리기도한다.

기록은 좋아하지만 의외로 나는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
잘생긴 편이 아니라 사진찍는 재미도 덜하지만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 순간의 감흥을 깨는게 싫다. 그래선지 여러번 고쳐 찍어 나온 사진도 별로 안내킨다.

하지만 동영상은 좋아한다.
내 목소리와 상황이 녹아 들어가서 내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 것 같다.

오늘 난 Cesar Kuriyama의 강연을 듣고 매우 고무됐다.
내가보기에 그의 기록방식은 매우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멋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루에 단 1초를 모아 삶을 하나의 연속적인 비디오로 기록한다.

우리는 짧게 기록하고 순간순간을 즐기면서 오히려 길게 과거를 기억해낼 수 있다.

또한 하루의 1초를 위해서 하루를 더 값진 것들로 채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평생에 단 몇번만 펼쳐 볼 일기장을 채우기 위해서 하루의 인생을 한토막씩 소비해야만 하는 미친짓을 그만 둘수도 있고, 1년에 단 6분짜리 영상속에 빈둥거리는 거실천장을 1초라도 덜 찍기 위해서 더 나은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

나는 이것을 보자마자 사랑하는 한 친구에게 추천해줬고 우리는 이 강연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우리는 각자 이것을 활용하기로 결정했고, 스스로에게 맞는 방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Cesar Kuriyama가 강연에서 해준 유용한 충고 두가지는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그중 하나는 좋지 않은 날에도 1초의 기록을 멈추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여과도 거치지 않는 내 시야 그대로의 영상(1인칭시점)을 담아내는 것이다.

나는 이미 어제 내 삶의 1초를 영상에 담았다.
언젠가 이 영상을 공개할 유쾌한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1 Second Everyday를 3년동안 사용한 후 후기를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