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촛불집회

어제(2016/11/26) 광화문 촛불 집회에 다녀왔다.

실은 벌써부터 다녀오려고 했는데 여행이다 뭐다 일상의 핑계로 미루고 있다가,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다는 어제를 정조준하여 출격했다. 날은 춥고 눈도 내렸지만 역에서부터 이동이 힘들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다.

원래는 혼자서 다녀오려고 했는데 여차저차 친구들과 광화문에서 만났다.

매일 뉴스에서는 우리가 온갖 비리에 무감해질만큼 부역자들의 악취를 들춰내고 있다. 마음같아서는 방망이 깎던 노인에게 죽창을 벼려달라고 하여 거리를 활보하고 싶건만,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괴테 옹의 말씀으로 머리를 차갑게 식히고 있었다.

이토록 많은 촛불을 본 건 광우병으로 인한 촛불 집회 이후로 처음 인 것 같다.

반론의 여지없는 하야&탄핵 요청이기에 시민들이 모두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서 축제와 같은 분위기였다.
몸은 추웠지만 맘은 참으로 따뜻해졌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님들도 많이 있었다. 우리의 세계가 이토록 엉망일지라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세상의 변화가 한 굴곡을 맞이해 출렁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개-돼지는 우리 국민들이 아니라 우리에게 심어주고 싶은 추악한 그들의 자화상이었을런지도 모른다는 부푼 꿈을 꾸었다.

SRT 시승기

SRT를 타고 부산에 다녀왔다.

SRT(Super Rapid Train)는 SR(Supreme Railways)에서 운영하는 수서발 고속 열차로 시속 300km로 달릴 수 있다고 한다.
(2016년 12월 정식 개통 예정이다.)

사실 부산은 이미 3, 4번 가량 여행했었고, ‘음.. 도시군!… 바다군!!’ 정도의 감상을 가지고 있던 터라 따로 여행할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가족들과 저녁 식사 중 SRT 고객평가단(무료 시승)에 대한 뉴스를 보게 되었다.
“부산가서 바람이나 쐬고올까? 아빠, 부산 여행 해봤어?”
“응. 40년 전에?”
“?!??”
그리하여 부산 여행을 가기로 했다. 운이 좋게 원하는 날짜에 티켓을 예약할 수 있었고, 난생 처음 아빠와 둘이 1박2일 여행을 가게됐다.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직업 is 개꿀.

여행 당일.
나름 30분 정도 시간 안배를 두고 집에서 나왔는데 SRT 수서역을 찾지 못해 열차를 타지 못 할 뻔했다.
지하철 수서역에서 바로 연결되어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표지판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지하 환승 통로는 정식 개통을 할 때가 되어서야 개방한다고 한다. (02.06자 수서역에 다시 방문할 일이 있어서 확인해보니 지하에 연결된 통로가 있다.)

물어 물어 4번 출구로 나왔는데 수서역이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시민 3~4분께 물어봤는데도 다들 모르겠다고 하셨다. 사실 한 블록만 더 걸으면 큰 역사가 바로 눈 앞에 보이는데 모르는 분들만 만난 걸 보면 내가 운이 참 없었나보다.
참고로 현재는 카카오맵이나 네이버지도에서 ‘수서역’이라고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당시에는 지도 어플에도 나오지 않아 고생을 좀 했다.
실은 SRT라고 검색하면 SR의 위치가 검색되는데 이것 때문에 좀 더 헷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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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출발 직전에 겨우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수서에서 부산까지 가는데는 대략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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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은 총 8칸으로 좌석 뒷편에 편의시설 이용 안내 스티커가 붙어있다. 참고로 항공기처럼 앞 쪽이 접이식 테이블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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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의 한 편에는 의자를 기울일 수 있는 버튼과 이어폰을 꽂을 수 있는 잭이 있다. 이어폰의 1번 채널은 칸 중앙에 위치한 TV 채널의 음성을 들을 수 있고, 다른 채널들은 임의의 노래들이 반복되었다. 덕분에 휘성 노래를 질리도록 들었다.
충전을 할 수 있는 케이블도 앉은 좌석의 아래쪽과 앞 좌석의 아래쪽에 하나씩 총 2개가 구비되어 있다.

테스트 운행이라 많은 손님을 받지는 않았는지 객실의 1/3도 차지 않았다.
승무원분들께서는 굉장히 친절하셨는데 내가 특별히 젠틀한 손님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시승 고객을 위한 선물도 하나씩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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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과류와 쿠키, 물티슈와 가글이 들어있었다.
맛있었다. 맛있었다.

부산까지 가는 구간에 3~4번 정도 정차하는데 나의 목표는 부산뿐이므로 어느 역에 정차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도착해서 맘에 들었다. 지하로 이동하는 구간도 꽤 긴데 숙면을 취하기에도 그만이었다.

참고로 부산역에서 다시 SRT를 탈 때는 KTX 타는 창구를 이용하니 부산역 전광판에서 해당 열차의 승강장을 확인하면 된다.

누가 시키지는 않았지만 간만에 부산 바람을 쐴 기회를 준 SRT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포스팅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