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idian + Local LLM 간단후기

Obsidian Copilot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ollama에 Local LLM을 연동해 Obsidian + Local LLM을 사용해보았다. chatgpt도 연동할 수 있지만 Obsidian 노트를 클라우드 ai에 연동시키기에는 내 머리는 통째로 열어주는 것 같아서 부득이하게 PC에 설치하는 버전을 사용했다.

최근 chatgpt의 업데이트 이후 감동을 받아서 뭔가 새롭고 더 나은 걸 해보고 싶어서 시도해보았는데 결과적으로 별 성과가 없다.

사용하는 데스크탑의 사양이 3060ti밖에 되지 못해서 작은 모델을 사용했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해당 앱이 Vault 내의 여러 노트간의 컨텍스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Obsidian의 바닐라 상태에서 이미 그래픽뷰와 백링크가 주요 기능인만큼 노트간에 링크가 이리저리 얽혀있고, 나는 Dataview를 통해서 여러 필터링을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검색 시스템을 갖춰놓았기 때문에 LLM을 얹어서 기존의 노트 간 연결 이상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주길 원했다.

Obsidian Copilot 플러그인에서는 단일 노트에 적용되는 채팅과 볼트를 검색할 수 있는 모드, 그리고 추후 유료로 제공할 Copilot Plus가 있는데 기본 채팅은 잘 작동하지만 채팅 결과를 바로 노트로 붙여넣을 수 있다는 점 빼고는 별 다른 장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상술한 것처럼 볼트 내 노트들을 엮어 질문하는 건 불만족스러웠다. 코파일럿 플러스는 아직 미출시.

공개해도 되는 볼트에 chatgpt를 연동해 사용해보고 또 의견을 남기겠지만 평소에 AI에게 도움을 받는것 이상의 기대는 가지지 않는게 좋겠다.

레딧에서 얻은 아이디어인데 옵시디언 md파일을 라마인덱스에 얹어 RAG를 적용해보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241201

나이를 좀 먹다보니까

자신을 최대한 너 답게 해주는 일을 하라는 말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런데 이것 또한 일부만 맞는 것 같다.

어떤 일을 하는데 힘들어서, 막막하다고 그것을 피해야 할 이유가 되는 건 아니다.
보통 우리네 기준은 쉽고 편하게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가라는 말을 더 자주 했던 것 같다.

스스로를 바꾸는 건 개인에게 너무도 힘든 일이고 나를 아끼는 만큼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자신을 잘 지키며 살아가기를 원해서 그랬던 것 같은데, 이 말에 고통을 피하라는 오해가 섞여 있는 것 같고 나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던 참이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어떤 일이 힘들거나 막막하다고 해서 그것이 의미 없어지는 건 아니다. 결과에 따라서 의미가 결정되는 건 더 더욱 아니다.

사실 모든 일이 의미가 없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한다. 모든 의미는 우리가 부여한 개인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을 인정한다고해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스스로 부여한 가치가 퇴색되지는 않는다.
그저.. 우리는 있는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 다음에 인정해야 될 사실은 우리가 스스로의 인생에 그렇게 대단한 방향타를 쥐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받아들어야 한다. 굉장히 나약한 소리로 들릴 지 모르겠지만 나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면면히 구분해내는 능력이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지혜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뒤에 오는 선물은 지금 가진 것에 대한 감사와 다가 올 미래에 대한 여유다.
한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파도 위에서 어디로 갈지도 모른 채 그 오랜 시간을 이토록 큰 탈없이 살아왔다는 점에 대한 감사함이고, 앞으로의 미래 역시 내 예상을 대부분 빗나갈테지만 그 여행은 끝간 데 까지는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가질 수 있는 태도란, 비논리적인 긍정론자가 되어서 주어진 여행을 값지게 즐기는 것 뿐이다.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만나고 끝날지라도 멋있게 살다 간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 고민은 못된 술과 같아서 그 감정에 계속 취해 있으면 깰 수가 없다. 최선의 결정을 바라며 유예하기보다는 충분한 정보를 선별하면서 동시에 한발을 집어넣고 맞으면서 배우는게 좋다. 그 편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소거하면서 추진력을 잃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다.
  • 상황을 판단하되 겁 먹지 말기. 상상하는 일은 대게 일어나지 않고 문제에서 우리가 실제로 통제 가능했지만 놓치는 대부분은 적절지 못한 시기 선정 및 초조함과 게으름같은 나약한 감정 때문이다.
  • 사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하지는 너무도 잘 안다. 매일 매일 배우게 되는 하지 말아야 좋은 것을 하지 않고, 하면 좋은 것들을 끈질기게 지켜내기만 해도 충분히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다 지켜낸다는 건 너무 비인간적이기에 건강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원칙만큼은 포기하지 말자.

루틴 만들기 (2)

지난 글에 이은 기록이다.

목적은 같다.

첫째, 삶에서 무엇을 만나던 다시 돌아오기 위한 지침을 세우고자 한다.
둘째, 변화의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꾸준히 밀어붙이려고 한다.

지난 글에 가민의 챌린지를 통한 인터벌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챌린지 마지막날 욕심을 부려 아킬레스건&종아리에 부상을 입었다. 그 후 2달간 휴식&재활 운동 뒤 다 나은 줄 알고 다시 뛰었는데 일주일만에 다시 부상. 이번에는 옛날에 다쳤던 족저근막이 아픈 걸 보니 전반적으로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부터 한달 동안 안정화도 새로 사고 중둔근 + 종아리 운동 후 다시 낮은 페이스로 시작했는데 인터벌은 아예 없이 천천히 장거리를 소화하는 방식으로 앞으로 6개월 내지는 1년을 바라보고 있다.
달리기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15년동안 들쭉날쭉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놓았던 적도 없고 요새는 그렇게도 좋은 운동이라고들 하니 더 차근하게 수준을 높여가며 안전하게 할 생각을 해야겠다.

수면패턴을 바꾸는데는 성공했다.
조금 우스울 수도 있지만 포켓몬슬립이라는 게임을 통해서 잠 드는 시간을 통제했다. 정한 시간에 자야 미션에 성공하고 좋은 수면 패턴을 유지해야 포인트를 많이 주는데, 앱을 켜서 귀여운 포켓몬들이 꼼지락 거리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라 도움이 컸다. 수면패턴을 잘 유지한지는 한 달이 넘었다. 균일한 시간대에 눈이 떠질 때까지 7시간 이상 자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요새는 잘 지켜지고 있다. 최근에는 친구가 수면 향수도 선물로 줘서 사용하고 있는데 수면 환경을 꾸리는데 더 신경을 쓰고 싶다.

달리기도 적당한 강도로 하고 수면 패턴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서 아침을 거르는 간헐적 단식은 다시 시도하고 있다. 전에는 그냥 아침만 굶는 방식이었는데 거기에 점심 메뉴도 저탄수로 천천히 시작하는 편이 좋다는 걸 알았다. 뭐, 신경안쓰고 하려면 그냥 식사 전에 삶은 계란을 기계적으로 먹어주면 된다. 최근에는 가공 식품들도 거의 구매하지 않고 어느 정도 정해진 결의 식품들로 식사를 하려고 준비하는 과정 중에 있다. (요거트, 두부, 라면대신 파스타, 낫또, 샐러드, 양배추, 닭가슴살… 간편한 생선 식품이 없어 좀 고민이다)
얼마전에 친구들과 해외 여행을 가게 됐는데 컨디션을 올리고 싶어서 그 전 주부터 식단을 엄청 타이트하게 관리했더니 기대보다도 훨씬 몸의 상태가 좋았다. 식단 관리는 힘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지난 글과 오늘 사이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날들이 좀 있었는데,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서인지 아니면 전반적인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인지 다른 걸 잘 관리해줘도 몸에 뭐가 많이 났다. 상황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마인드 컨트롤을 해줘야 하는데 명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Calm 평생권을 예전에 사놨는데 진짜 너무 힘든 날이나 보통은 잘 때 수면용으로 쓰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 생각을 통제하고 마음을 관리할수록 뇌에서 통제력이 더 커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달리기를 하면서 생각을 비우거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깊은 호흡을 하는 고정 행동(심호흡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느낌이 들면 지체없이 행동하기 위한 작은 닻같은 선행 행동)을 가지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예 명상을 중간 중간 고정적으로 하기 위해서 좀 더 생활에 뿌리박을 수 있는 그 틈과 방식을 찾고 있다.

근력 운동은 지난번보다 오히려 미흡했다.
그 동안에는 다리 부상으로 다리&엉덩이 운동 및 목 주위 스트레칭을 많이 한 것 같다. 당장은 근력운동을 메인으로 두지는 않을 것 같다. 매일 매일 부하를 주려고는 하는데 특정 부위의 근육을 늘리려고 하기보다는 코어강화나 스트레칭으로 기능성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글을 적다가보니 계획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풀업같이 특정 부위만 먼저 시작할 생각은 없다. 매일 다른 운동을 하는 식으로 복합적으로 하고 싶은데 머지 않아 수영도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금으로서는 약간 모호하다. 여러가지를 복합적으로 시도해보면서 좋은 조합을 찾아야겠다.

걷기는 어떻게든 바쁘지 않은 날은 최소 8,000보를 목표로 채우고 있다. 더 자주 더 일상적으로 걷기.
수분섭취는 1.5L이상하려고 하는데 평소에도 모자라지는 않은 것 같아서 일단은 걱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특정 시점에 얼마나 마셨는지 대략적으로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외국어 공부는 최근에 업데이트 된 Chagpt랑 시도해봤는데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모든 외국어는 chatgpt를 메인으로 할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외국어 공부에 구체적인 시간 분배 계획은 필요하겠지.
투자 공부는 원래 거의 풀로 하는데 일상에 너무 침투해있는만큼 체계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싹 정리를 해볼 계획이다. 독서 및 자료 정리도 같은 맥락으로 진행될 것 같다.

경험한 것에 대한 피드백은 결국 노트와 기록에 대한 이야기인데 늘 걱정인 점이 메모가 너무 많다보니 스케일이 너무 방대하다. 매일 매일 쏟아지는 하루를 얼마나 빨리, 기존의 생각과 함께 검토하여 피드백하느냐가 중요하다.

식사 기록, 소비 관리, 위생 루틴등은 진전이 적어서 다음 기록으로…

241029

웃는 얼굴로 말하면 만만하게 보이는지,
자기 잘못을 인정 안하고 오히려 역정내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그럴 때는 이 사람과 싸워서 상황을 고쳐 잡는 대신 더 기분이 나쁠 상황과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서 나쁜 경험을 이 정도에서 손절 할 지 선택해야 한다.

대게는 후자를 선택하고 없던 일로 털어버리려고 하는데 아무튼 그럴 때마다 왜 저러나 싶어서 인류애를 잃는 기분이다.

맛있는거 먹고 자야지.

241020

주말을 맞아 엄마랑 피클볼을 치러 아침부터 근처 천으로 나섰다.

피클볼은 VR로 처음 접하고 그 후에 언론을 통해 북미에서 퍽이나 인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전에 런닝하다가 처음으로 직접 치는 커플을 보았다.
그러고 잊고 있었는데 우연히 입문용으로 싸게 파는 제품을 보게되어 구매해두고 ‘이번 주말에는 꼭 한번 쳐봐야지’하는 맘으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선 것이다.

피클볼의 코트 사이즈는 배드민턴 코트와 대동소이 하지만 네트는 훨씬 낮다.
제일 가까운 배드민턴 코트에서 조금 치다가 햇빛이 시야를 제한해서 그늘지고 사람이 훨씬 많은 코트쪽으로 옮겼다.
피클볼을 처보고 처음 느낀점은 묵직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배드민턴 대신에 스피드민턴을 사용해서 더 그런건지 VR로 라켓을 많이 쳐서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묵직하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스피드민턴도 배드민턴보다는 바람에 강해 애용해왔는데 요즘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한 탓에 바람은 더 강했고 스피드민턴도 원활하게 치기 어려워 함께 가져간 스피드민턴을 치다가 피클볼로 갈아탔다. 바람이 꽤 불어선지 야외 배드민턴장에는 우리밖에 없어서 네트를 사이에 두지 않고 코트와 코트를 사이에 두고 널찍하게 네트 없이 사용했다.

그렇게 피클볼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데 한 꼬마아이가 옆에 가까이 다가와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그래서 한번 해보라고 했던 것이 그 꼬마아이와 한참을 치게되었다.

와중에 이런 저런 대화를 했는데, 처음에 했던 얘기와 나중에 했던 말이 좀 다른 것을 보니 부모님이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던가 싶었다. 아무튼 그 녀석은 나이에 비해 운동신경도 좋고 숫기도 충만해 꽤나 즐기고 당당히 돌아갔닼ㅋ

재미있는 점은 그 아이가 내가 저학년 때 다녔던 초등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지금 해당 학교의 전교생 숫자가 당시 내 학년의 총 학생수보다 적었다. 신기하고 기묘하게 느껴졌다.

날이 추워서 인지 집에 돌아와서는 몸이 조금 고생했지만 아침 운동을 나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루틴 만들기 (1)

코로나 이후 좀처럼 생활이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서 적극적인 변화를 주기로 했다.
코로나 때문에 여러가지 제약도 있었지만, 집안 사정이 더해져 생활의 중심이 옮겨진 채로 한동안 생활하고 나니 오래 된 좋은 습관조차도 잃게 되었다.

이 글은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하루의 중심을 정함으로써
첫째, 삶에서 무엇을 만나던 다시 이리로 돌아오기 위한 지침을 세우려는 목적이 있고
둘째, 변화의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꾸준히 밀어붙이려고 한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달리기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10년도 넘게 뛰어왔지만 코로나 때 외출을 자제하고 또한 마스크를 쓰고 뛰기 힘들어 어영부영하던 것이 죄책감에 겨우겨우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가민의 5km 챌린지 기능을 이용해 5주째 뛰고 있는데, 일주일 3일 수행에 매번 인터벌이 섞여있다.
옛날에는 늘 존2로 뛰었는데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왠지 열정이 동하지 않아서 변화를 주기로 한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5년내 변하지 않던 몸무게가 벌써 2kg이나 빠졌다.

그리고 이번주에는 수면 패턴을 바꾸기 위해 집중했다.
출근 할 필요가 없는 일의 장점은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기준이 부재하니 어느 틈엔가 생활리듬이 자유분방해지고 고삐를 쥐었나 놓는 일이 다반사가 되어 수면 패턴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달리기에 근력 운동을 조금 더해보니 회복력이 떨어진 것이 크게 느껴져 어떻게든 생체 리듬을 먼저 잡아야 겠다고 생각해서 밤도 새보고 억지로 버티면서 이번주 내 기상 시간을 고정시켰다.
반동이 컸다. 다래끼도 나고 눈병도 났다. 관절에 염증도 생긴 것 같이 아파서 올해 들어 시작한 간헐적 단식(아침 거르기)도 중지하고 세끼를 엄청나게 챙겨먹었다. 운동도 하루 쉬던 것을 이틀 쉬고 강도를 조절했다. 아직은 낮에 갑자기 피로가 몰려들지만 +-수준 내에서 기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계속 잘 유지해야겠다.

근력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오래 쉬었지만 그만큼 오래해와서 만만한 팔굽혀펴기와 풀업부터 다시 시작했다. 하체는 안하던 인터벌이 들어가서 30~45분 달리기 강도가 더 올라가지 않을 때까지는 따로 하지 않을 생각이다.

걷기, 명상, 수분 섭취, 매일 외국어-투자 공부하기, 독서 및 자료 정리, 여행 다시 시작, 경험한 것 피드백, 식사 기록, 위생관리 등 빈도와 방법이 다른 루틴에 대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 및 기록할 예정

스트레칭

240603

어릴 적에는 지금보다 시를 많이 읽었던 것 같다.

그게 무엇인 줄은 잘 몰랐지만 들이켜보니 씁쓸한 낭만이 있던 시대였다.

초등학생 때는 학교에서 시를 적는 시간도 많았다.
나는 상장도 자주 받아서 엄마가 기뻐했다.

천상병의 귀천을 들은 건 얼만큼 키가 자랐을 때였을까.
한 살 터울의 누나와 텅텅한 장롱 옆 한 모서리 벽에 자를 대고 죽죽 그어가며 누구 머리가 더 높은가 경쟁을 하고는 했었다.

학교에서는 어린 학생들을 위해 자주 글을 읽게 했는데 그 날 읽은 시구가 묘하게 혀 마디에 남았다. 하늘은 불덩이 같은 몸둥이에 땀방울을 짜내듯 자주 높고 맑았고 그렇게 하늘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듣기 좋았다. 나는 그가 역사책에 나오는 엄청 나이 많은 어른은 아닌가 했었다.

요즘은 고런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게 무슨 소용일까.

근래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즐거운 일을 해도 곧 익숙해지고 휘발되어 더 나은 다음을 기약하기 힘드니 삶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던 날들이 많았다.
그에 반해 불운을 지나갈 때 힘든 순간은 끝도 없어 참으로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의미가 없이 그저 그런대로 흘러간다면야 기쁨과 슬픔이 무분별하게 방문을 열고 들이닥쳐야 하는데, 기쁨의 벽은 점차 높아만지고 고통은 그 꼴이 다채로와지니 이건 누구의 장난일까 싶어졌다.

내가 유난히 못난 것인지, 삶이란게 원래 그런 것인지 퍽이나 궁금했다.

어릴 적에 꿈이 뭐냐고 물으면 대강 남들이 하는대로 적당히 둘러댔지만
실은 나 혼자만이 꽁꽁 숨겨둔 꿈이 하나 있었다.

허락된다면 그럴 여유가 있다면,
좋았다고 잘 살았다고 신나게 웃으며 가는 것이 내 바램이다.

우리의 삶이 시간 위에 이미 그려져있다면 내 마지막 날은 어렸을 적에 미리 끄적여놓았다.

그런데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도 마뜩하게 기쁘지 않고,
그마저도 잘 되지 않을 때는 대들보가 비틀어지듯 뭔가 완전히 잘못된 건 아닌가 초조한 날들을 많았다.

그러다가 깨달은 건 내가 점수를 메기고 있었구나.
나도 어느새 어린 왕자의 바보같은 어른이 되어서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를 괴상한 자를 대고 내 삶에 점수를 메기고 있었구나.

그 점수를 놓고서 바보같이 울고 웃었구나.

막연하게 오늘 기뻤으면 그 날은 좋은 날이고, 힘든 일이 있으면 그 날은 세상에 없었으면 좋을 그런 날일까.

실은 그 모든게 함께 주어진 것이고 나는 그것을 다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어떤 날이라도 사랑한다고 웃으며 잠들 수 있는 밤이 되기를 바란다.

240521

현대인들의 고통 중 많은 부분이 뭔가를 소중히 여기는 방식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한 가지에 얽메일 필요도 없지만, 무언가를 과도하게 소비하고 경험하려는 형태로 편향되어 있다.

하지만 시간과 에너지는 명백히 한정되어 있는 걸. 다 가질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삶에서 더 빈번한 문제는 중요한 것들의 우선순위를 잊는 경우다. 우리는 눈 앞의 시시한 목표에 너무 눈길을 사로 잡혀서 더 중요한 것들이 뭔지 알면서도 자주 놓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해답이 있는 건 아니다. 더 자주 생각하고 되새겨 중심을 잡는 것 뿐이지 않을까 싶다.

240115

오늘은 어릴 적 살던 동네에 다녀왔다.

언젠가부터 계획없이 발길 닿는대로 가다보면 가끔 그곳에 도착한다.
그 동네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대로인 점이 많다.
동네 구멍 가게는 편의점이 됐고 만화책방은 빌라가 되었지만, 집 앞 세탁소와 역 앞의 과일 가게는 그대로 서 있었다.

마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처럼 익숙하게 내가 살던 골목으로 돌아 들어서면 마법이 걸린 것처럼 순식간에 과거가 열린다.
엄마한테 천원짜리 지폐 한장을 받아 매일같이 누나랑 떡볶이를 사서 돌아오던 그 골목. 나보다 두어살 많던 동네 형들과 축구를 하다가 울고는 하던 작아져버린 골목.
떡볶이가 아직 익지 않아 기다릴 때면 나는 그 앞의 오락실에서 나보다 한 뼘은 더 큰 아이들이 게임하는 것을 물끄러미 구경하고는 했다.

“왜”
‘이 작은 골목에서 딱 두 개만 바뀌었는데 그게 내가 살던 집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종일을 함께 하던 가장 친했던 친구 녀석의 집일까’
라는 생각을 하고 턱을 들고 입을 삐죽거리며 시멘트로 막혀버린 옛 친구의 집 문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제는 없어져 버린 문 앞에는 원래 높은 계단이 있었고 나는 늘 그 높고 좁은 계단에서 떨어지지는 않을까 긴장을 했었다. 어린 그 날처럼 침이 꼴깍넘어갔다.

이 조그만 골목에 낯선 사람이 사연 많은 얼굴로 겨울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모습이 과거의 망령으로 오해를 받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칠 때쯤 고개를 돌리니 작은 CCTV 하나가 눈에 띄었다.
대문 사이로 들어간 공을 줍겠다고 문을 두드리니 고함을 쳐내던 그 이웃분이 아직도 그 집에 살고 계신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 과거로부터 돌아 나오려는 찰나 한 할머니께서 작은 폐지를 한 손에 쥐고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순간 내가 살던 집의 2층에 살던 주인집 할머니가 겹쳐 지나갔다.
‘아, 아니겠지’
족히 30년 전의 일이라 살아계신다면 100세도 훌쩍 넘으신 분이 이렇게 정정하실리가 없지.

오늘은 과거에 너무 취한 것 같아 취한 김에 유치원에 오고 가던 길, 학교 통학길도 걸어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올 때는 이제 우리집을 가진다며 부푼 맘으로 부모님과 모델하우스를 보러 걸어다니던 길을 통해 걸어왔는데 그때의 엄마는 20대였더라. 우리 엄마 참 젋고 예뻤는데.
엄마는 내게 처음부터 엄마라 항상 모든 것을 의지했는데.
그 나이에 힘든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을 더 잘 살아내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걸 알지만, 하루 정도는 잠깐 과거에 들러 쉬다가 가도 되지 않을까. 그래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