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노트와 좋은 펜들이 시중에 많이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디지털 기기에 뭔가를 끄적이는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AA~! 굉장히 교양있고, 또한 굉장히 스마트하다!’
그래도 요즘에는 이런 디지타이저들이 우리 삶에 꽤 익숙해진 편이지요.
저의 첫번째 타블렛은 라파즈 PF-8060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수업의 과제를 핑계 삼아 구입했습니다. 물론 말라 비틀어 죽어가고 있던 저의 그림 취미를 되살리고자 하는 당찬 대의명분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타블렛은 반년 후 중고나라에 헐값에 팔려나가게 됩니다..
오래된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만 펜의 수준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종이에 그려서 스캔하는게 낫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만은 분명하네요.
그 후로 한동안 디지타이저에 대한 관심이 저 멀리 티끌처럼 희미해져갔습니다. 두어번 만져본 갤럭시 노트 1도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고, 아이패드에 필기를 하는 모습도 ‘대체 왜 저렇게까지…’라는 의구심만 남긴 채 시간이 흘렀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인튜어스 같은 훌륭한 와콤 기기들이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제가 접근하기에는 너무도 먼 자본의 당신이었죠.
다시금 디지타이저에 관심이 가게 된 것은 어느정도 소프트웨어가 안정화된 갤럭시 노트2를 우연히 만져본 후였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은데… 라는 아주 희미한 마음에 ‘나는 스마트가이다’라는 바람을 잔뜩 넣어 갤럭시 노트 8.0을 구매하기에 이릅니다. 갤럭시 노트 1에서 느꼈던 것처럼 휴대폰 화면은 펜을 활용하기에 조금 작게 느껴졌거든요.
이날부터 저의 디지타이저 탐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와콤 특유의 외각오차 때문에 8인치의 크기가 불만족스럽자 더 섬세하고 거대한 서피스1을.
서피스1의 발열과 무게가 마음에 들지 않아 TPT2을.
그 사이에 친구 녀석의 갤럭시 노트 10.1과 누이의 갤럭시 노트2를 꼼꼼하게 체험해보는 치밀함도 발휘했죠.
하지만…
‘뭔가, 뭔가, 뭔가 하나씩 부족해! 데스크노트(데스크탑 형 노트북)까지 하나로 퉁처버릴 그런 변신! 합체! 로보트! 아..아닛, 기계가 필요해! 나는 심플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서피스3를 풀옵션으로 질러버립니다.
그렇습니다. 이 포스팅은 저의 지금까지 디지타이저 체험기임과 동시에 바닥을 드러낸 제 지출 통장에 대한 추모사입니다. 동시에 곧 방출될 기계들을 정리하는 과정 중 하나입니다.
이 포스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TP10을 구매하고 노트 8.0과 두 가지만 사용 중입니다.
이제 두 가지 모두 방출하고 12인치 제품을 구매할 계획입니다.
와콤 인튜어스 제품은 필기 공간과 화면 크기의 괴리감 때문에 필기에 부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