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방에서 나왔다.
전혀 예정에 없던 수술이었다.
요 1년 사이에 많이 다치는 것이 사람의 운이란게 있는건지, 아니면 내가 정신을 내놓고 사는 건지.
꽤나 조심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다쳤다. 내 눈으로 보아도 상처가 깊어 지혈만 한 체로 병원으로 갔다.
그런데 의사가 보더니 꿰메는 정도로 안되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순간 아득해져 물으니 몇 주 쉬고 재활을 하면 될것 같다고 했다.
요 몇년 사이 의사들 수십명을 만나보고 다니며 느낀거지만, 의사들은 늘 두루뭉실하게 얘기한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니 단언하지 않는게 당연하다고 생각이 되면서도.. 그래도 싫다.
심전도, 파상풍, 링거, 수술복, 그리고 더해지는 몇 개의 주사바늘들.
처음이 아니라 익숙하면서도 내 몸이 남에게 맡겨지는 느낌이 거북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는 과정도 순간일테지?’ 그런 생각이 미치자 내가 하루를 견디며 하나 하나 쌓고 있는 모든 것들이 너무 부질 없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픈 몸을 이끌고 글을 적는다.
“순간을 놓치지 말자.”
지금 이 순간의 기분을 잡아두자. 절대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