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어릴 적에는, 몇 시간씩이나 이 짓을 하곤 했다.
그저 하염없이 창 밖에 고정된 건물이나 바삐 움직이는 점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군 시절에는, 거진 매일 이 짓을 해야만 했다.
못해도 일주일에 6일은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적막한 어둠 속을 2시간 내 바라보는 근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면 생각은 무수히 일어나고 정리되어 포개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버려지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들이 내 삶에 있어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데 익숙해진 것 같다. 넓고, 빠른 세상에 발 맞추기 위해서 생각을 달리는 연습을 해왔다. 잠을 줄이고, 더 촉박하게 일하고, 더 많은 것들에 닿기 위해서 바둥거렸다.
그럴수록 누가 했는지도 가물가물하고 상숭생숭한 이력들이 세상이 요구하는 명함에 하나씩 더해졌다. 단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했을 뿐인데, 이 길은 잘못된 것임을 이제 알았다.
외로움과 공허함은 낙원으로 스포츠 카의 엑셀을 밟고 들어가 급히 목적지의 여행 스템프를 찍고 돌아온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
바깥에 있는 것들이 아닌 스스로에게 집중해야 한다.
타인들의 시선에 재단당하는 것은 스스로 바라보고 있는 지점이 없기 때문이다. 소신이 있는 사람은 타인들의 편견에 부당함을 느낄 뿐이지 의기소침해지지 않는다.
자기 자신과 끊임 없이 대화해야 할 것이다. 욕망에는 솔직하게, 허나 진솔한 가치관을 가지고.
기사들이 누더기처럼 걸려있는 포털사이트나 감흥없는 남들의 자랑거리가 올라오는 SNS를 보는 대신에 오늘 아침 기분은 어땠는지, 직접 해보고 싶은 요리는 없는지, 내 삶을 어디로 이끌어가고 싶은지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