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인 것 같다. 체스를 처음으로 해본 건.
이 녀석을 어디서 샀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동네 시장 한 켠에 자리잡고 있던 큰 문방구에서 사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해 볼 따름이다. 그곳에는 가지고 싶은 문구와 장난감들이 엄청 많았다.
그토록 악을 부리고 떼를 써도 조립식 장난감 한 두개를 얻어내는데 그쳤던 것에 비해 체스는 아무런 노력도 없이, 아니 사실 나는 세상에 그런게 있는 줄도 몰랐다.
아무튼 그 녀석이 갑자기 생겨서 누나와 함께 설명서를 보고 그대로 따라해보았다. 마침 장기를 배우던 때라 체스 놀이를 배우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저 장기의 졸보다 체스는 폰 숫자가 많아 맘이 든든했을 뿐이다.
묘하게 생긴 상들이 체크무늬 판 위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있는 모습은 장기와 다른 위용을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나이트가 맘에 들었다. 달려나갈 듯이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당함이 멋져보였다.
다른 장난감들은 모두 내게 왔다가 떠나는 와중에도 이 체스는 누나와 나의 추억에 자리 잡은 채 함께 살고 있었다. 벽장 위, 찬장 속, 베란다 창고를 거치면서도 버려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다 이제는 놓아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분에게 나눔을 했다. 텍스트로만 대화를 나눴지만 아이를 정말 사랑하시는 분인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가 체스가 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고 하시기에 웃으면서 나의 추억을 넘겨줄 수 있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