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왜 그런 날 있잖아.
평소에 하던 일들은 다 하기가 싫은데 뭔가가 막 하고 싶은 날.
언제 구입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나는데, 이 게임이 내 스팀 계정에 들어있었다. 그 날 그걸 봤다.
게임은 이틀에 나눠서 했다. 그마저도 첫째날 게임이 오류가 나서 멈추지 않았다면 단번에 해버렸을 것 같다.
투 더 문(To the Moon)은 어렵지 않다. 기껏해야 맵을 돌아다니면서 아이템을 모으고 퍼즐을 몇 번 풀어주는 게 전부다.
소설 같은 게임이다.
하지만 음악과 이야기가 아름다워서 쯔꾸르 게임의 게임성조차도 특별한 매력으로 느껴지게 한다.
게임에 관해서는 딱히 할 이야기가 없다. 아이디어가 특별하다거나 여타 새로운 것들을 넣은 것은 아니니까.
중요한 것은 이야기이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잔뜩 첨가되어 있다.
생명이 위태로운 ‘조니’는 얼마남지 않는 시간동안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도움을 청한다. 도움을 주기 위해 나타난 사람들(플레이어)은 의뢰인의 기억으로 들어가 그것을 조작해 꿈을 이룬 삶을 살게해주는 일을 한다.
그의 꿈은 달에 가는 것이다.
왜 그게 꿈인지도 본인도 모르는데 아무튼 그게 꿈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조니의 삶을 하나씩 살펴나간다.
거기에는 아내 ‘리버’가 있다.
리버는 무슨 일 때문인지 미쳐버린 것 같은 행동을 보이는데, 오리 너구리 인형을 항상 가지고 다니며 종이 토끼를 병적으로 접어 조니에게 토끼에 대해 설명하게 한다. 자신의 머리를 자르기도 한다.
마지막에 우리는 John(조니)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도착하는데 거기에조차도 리버가 있다.
그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곳에 그녀가 있었다.
그리고 모든 의문점이 풀리게 된다.
어린 시절의 조니과 리버는 늦은 밤 숲 속에서 만났다.
둘은 서로의 이름에 대해 이야기하고, 밤하늘의 토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혹시라도 다시 만날 수 없게된다면 달에서 다시 만나기로 재차 약속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조니의 쌍둥이 형제였던 조이가 사고로 어머니의 손에 죽자 어머니는 그에게 약물을 과다 복용시켜 어린시절의 기억들을 모조리 지워버린다.
결국 기억은 소녀에게만 남게 되었다.
여기에서야 밝히지만 사실 리버는 아스버거증후군에 시달리던 환자이다.
시간이 흘러 조니와 리버는 학교에서 다시 만난다.
리버는 어린 시절에 조니에게 선물로 받은 오리 너구리 인형과 가방을 어딜가나 간직하고 다녔다. 그렇게 항상 조니의 주변 어딘가에. 나중에 둘이 영화관에 데이트를 하면서 밝혀지지만 리버는 대인관계에 문제를 갖고 있다. 그녀에게는 같은 공간에 존재하며 같은 것을 바라보는 자체로 그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런 기억도 없는 조니는 리버에게 끌리면서도 그 이유가 혼자 다니는 리버가 특별해 보이고, 자신도 그녀와 함께 해서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 리버를 사랑하는 맘이 커진 조니는 그녀에게 처음 고백했던 불손한 자신의 맘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 고백의 원래 목적과 다르게 리버는 조니에게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다는 걸 깨달았고 그로 인해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리버는 어린 시절 조니가 선물로 줬던 가방을 등대를 향해 던져보라고 하며 그의 기억을 시험 해본다. 아무것도 모르는 조니가 그 가방을 정말 등대로 던져버리자 리버는 너무 놀라 달려가다가 절벽에 떨어질 뻔한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하며 넘어갔던 그 장면을 돌이켜보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얼마나 놀라고, 가슴이 아팠을까.
그 때부터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조니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노력을 다한다.
밤하늘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토끼를 접어서 조니에게 보여주었다. 그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 그때처럼 토끼에 대해서 물어봤다. 조니가 아무것도 기억해내지 못하자 기억 속의 밤하늘에 떠있던 빛깔을 따라 토끼를 접었다. 물어보았다.
다시 또 접고 물어보았다.
어린 시절처럼 머리를 잘랐다.
리버는 병에 걸리게 되었다.
하지만 리버는 치료를 받기보다는 등대를 볼 수 있는 집을 짓기를 원했다. 등대는 별이기 때문이다. 서로 이야기하고 싶어하지만 닿지 못하기에 계속해서 인사를 보내는 별이다. 리버는 그런 등대를 지켜야만했다.
달은 그녀와 그를 이어주고, 그런 달까지 닿는 것이 등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나 오리 너구리 인형은 항상 함께였다.
리버가 세상을 떠났다.
조니는 리버가 그리웠고, 이유도 모른 채 (그녀를 만나러 가기 위해) 달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의뢰를 했다.
잃어버린 기억으로 인해서 조니와 리버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둘의 사랑과 영혼은 달과 등대로 이어져 끊어지지 않았다.
아름다운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