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10km 마라톤을 뛰었다.
고작 10km 가지고 마라톤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조금 머쓱하지만, 처음으로 참가해 본 마라톤 대회이기 때문에 굳이 ‘마-라-톤’이라고 힘주어부르고 싶다.
그래도 군 전역 후 달리기는 꾸준히 해왔던 나인데 근 1년동안 정말 운동을 하지 안(?)못(?)했다. 다쳐서 수술도 받았고, 또 어깨도 다쳐서 안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휴식기를 가졌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여러 핑계와 구실을 대며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친구가 마라톤 대회에 참가 할 사람을 찾기에 바로 “나요 나~!”를 외쳤다.
어제, 대회 당일. 이틀전부터 내린 비가 오전까지 이어졌다. 그래선지 올림픽 공원에 모인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평화의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번호표를 받고 짐을 맡겼다. 광장 중앙에서 밸리댄스팀의 무대도 구경하고 경품 추첨과 준비운동이 뒤이어졌다.
출발선에 섰다. 비가오는대도 짧은 반바지에 런닝화로 만반의 준비를 갖춘 러너들이 많이 보였다. ‘아, 이 사람들 진지해.’ 우리들처럼 가벼운 맘으로 나온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였다. 애플힙과 바짝 쪼개진 종아리들을 보면서 묘한 흥분감과 ‘나도 다시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맘이 심장을 때렸다.
총성이 울리고 사람들이 달려나갔다. 오랫만이라 내딛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시작할 때 입고있던 우의는 이미 1km도 가기전에 벗어버렸는데 그친 비 대신 땀방울이 맺혔다. 2km, 4km . 그저 완주나 하자는 편한 맘으로 달려나갔다. 어느덧 친구들과도 떨어져 뛰게되었다. 혼자 달리기를 할 때 뛰던 코스 길이가 5km인데 조금 천천히 뛴 덕분에 편안한 상태로 반환점을 돌았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지라 사람들간의 거리도 꽤 벌어져 모두들 각자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7km 가량 지나니 급격하게 힘이 빠졌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벽을 앞에 두고 웃어’라는 말이 생각나서 웃으면서 뛰었다. 숨이 한 모금 차오를 때마다 ‘별거 아니네’라는 호기도 부렸다. 8km 가량부터는 몸이 힘든 지점이 한꺼풀 지났는지 숨은 더욱 더 찬데도 불구하고 발구름이 절로 빨라졌다.
눈은 앞으로 달리는 사람을 보고, 몸은 계속해서 움직이면서도 ‘멈추면 참 편하겠다, 죽을 정도는 아닌데 너무 힘들다’라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이보다 힘든 일도 해왔기에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속도를 늦출 수도, 멈출 수도 없었다.
하루가 지났기에 생동감이 떨어져 달려온 체감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짧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결승점에 들어섰다. 기록지를 받아들고 간식을 받아 먹었다.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데 참 개운하고 좋았다.
역시 ‘운동은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는 생각을 다시 되새기게 되었다.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헤어져서는 집에 돌아왔다.
누나가 사 둔 조립식 가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조립식제품이 완제품보다 가격 대비 좋은 퀄리티를 가지기 때문에 이리저리 찾아보고 구매한 것 같았다. 그렇기에 조립은 내가 힘 좀 써야 할 터였다. 그런데 ‘왠지 내일하기 귀찮아’라는 괴랄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상자를 열어 부품들을 확인하고 조립을 시작했다. 몸은 꽤 지쳤는데, 뇌에서 마약이라도 나왔는지 집중력은 썩 괜찮았다.
가구가 거실장인만큼 크기도 크고 손이 갈 곳이 많아서 결국에는 가족들이 모두 함께 조립을 하게 됐다. 그럼에도 3~4시간은 족히 결렸다. 뭐, 가끔씩은 할만하겠지만 이 정도의 노동력이 투입되야 하는 걸 생각하면 완제품에 비해 조립식 가구가 특별히 싼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제품이라 그런지 완성 후의 퀄리티는 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