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바뀐 게 있다.
죽는 게 두렵지 않다.
누가 말했더라. 우리는 그것을 경험하지 못한다고.
조심스레.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끝날 것이다.
다만 고통없이 우아하게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두려운 일이다.
반대로 혹여라도 내가 가족들보다 먼저 죽게된다면 그 고통을 남기고 떠나는 것은 시리도록 미안한 일이다.
결국 삶은 사람에 얽히어 도망칠 수도 없고, 도망쳐서도 안되는 곳이 되어버렸다.
이렇듯 생이란 유예된 결말을 향하여 주어진 잠깐의 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몸은 쇠하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생각은 영원을 향해 달린다.
인간의 기억은 변함없이 흐려져갈테지만 순간은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