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붙박이장 처럼 세월 속에 굳게 잠겨 변함없을 날들이, 생각하는 방향에 따라 기쁜 날이 되기도 하고 혹은 아주 괴로운 날이 되기도 한다는게.
그래서 종종 기쁨은 거짓으로 속여 만들어 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가끔은 대본을 읽는 것처럼 억지로 화를 내는 것 같은 때가 있었다.
물론 생각의 머리를 조금도 틀 수 없도록 압도되어 흘러간 시간도 많았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나날이 아주 조금씩 줄어들어 한번은 내가 제 멋대로 모노드라마를 찍고 있다고 착각했다.
그리고 요 며칠은 최근의 10여년을 돌이켜 보았다.
많은 것들이 사그러들어 당시의 생생함을 잃었지만, 순간마다 기억의 생체기는 남았고 그 모든 것들이 현재의 나를 감싼 덩굴로 엮이었다.
피와 살로 이뤄진 우리 존재는 요즘 유행하는 여러 것들처럼 곧 바로 필요한 부분만 더하거나 잘라 덜어낼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그 동안 애송이였다가, 결연해졌다가, 물렀다가 다시 단단해졌다가.
가끔은 여유를 가졌다가, 하루는 세상에 둘도 없는 겁쟁이처럼 벌벌 떨었고 오래 전 살았던 고귀한 이처럼 현명한 순간도 있었다.
막을 수 없는 시간처럼 나는 어린 시절의 나를 온전히 지켜낼 수 없었다.
내가 얼만큼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세상을 살고 느낀만큼 변했다.
스스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와중에도 ‘세상은 보는 방향을 따라 간다’는 생각은 더 살아갈 용기를 준다.
세상을 그저 아름답게만 보아 넘기자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온갖 종류의 도취 또는 마취와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변하지 않는 그 무언가를 마음에 담을 수 있다.
마음에 담은 그 무언가는 시간이나 타인이 빼앗아 갈 수 없음이다. 오직 스스로만 포기하거나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번번히 잊어버린다. 그러니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찾아내 그것들을 매일 소중히 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린 날에는 믿고 싶지 않았고, 지금은 아는 사실중 하나는 운칠기삼(運七技思)이다.
삶의 많은 부분이 개인의 노력보다는 운과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나라는 존재가 노력으로 세상에 일으키는 파문은 매우 미약하다.
10여년 전에 알았고 지금도 아는 사실 중 하나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사람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앞으로도 평생을 마음에 새겨야 하는 것은 밝은 날이나 궂은 날이나 마음은 구겨지지 않고 늘 빛나는 무언가를 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운이 따르기를 기대하고 쫓으며, 운이 따르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다면 세속적인 어려움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