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넘게 알고 지내온 녀석이 곧 결혼을 한다.
지난 주말에는 신부가 될 분과 녀석을 만나 식사를 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자연스레 대화를 나눴다.
마치 녀석의 옆에 원래부터 누군가의 자리가 있었던 것 처럼.
녀석은 오랜 벗인 내게 이런 저런 투정을 한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태도에 신부의 표정이 뾰루퉁해지는 게 보이지도 않나보다.
결국 핀잔을 주는 건 내 역할이다.
우정의 자리를 사랑에게 조금 더 내어주는 일은 서먹하게 기쁘다.
요즘에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사실 머리로는 알고 있었기에 당연하게 넘기면서도 남의 일을 보는 것 같은 일들이 태반이다.
어른 연기를 그럭저럭 해 낼 정도로 나이를 먹었구나 한다.
‘너무 늦게 달리고 있지는 않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쓸쓸해졌다.
여전히 투정 부렸으면하고서 어린 맘이 그립다.
어린 날들과 바꾼 추억들은 곱게 빚어졌을까.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돌이킬 것을 생각하니 지금 또한 참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