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스킨을 결정했어요.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더니 오랜 시간동안 나를 괴롭혀왔던 블로그 스킨과의 싸움이 결국에는 워드프레스 기본 제공 테마인 Twenty Twelve 테마로 돌아오면서 끝이 났다.

여러가지 다양함과 최신 웹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는 것이 워드프레스 스킨의 강점이라고는 하지만 무료 테마 중에서 마음에 쏙 들고 한국적인 비쥬얼까지 만족시키는 테마는 찾을 수 없었다.

특히나 나는 반응형 테마로 사용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기에 더욱 선택권이 좁을 수 밖에 없었다.

중간 중간 한국의 설치형 블로그나 티스토리로 다시 넘어갈까 많은 고민을 했지만 블로그를 장기적으로 운영한다는 관점으로 놓고 보았을 때 워드프레스로 조금 더 운영을 해보기로 했다.

사실 유료 테마라고 해도 크게 비싸지 않으니 일단 블로그 컨텐츠를 가다듬고 다시 고민해보는 유예기간을 가져보기로 한 것이다.

덧. CKEditor를 깔아서 사용하는데 왜 이렇게 타이핑이 답답한 느낌이 나는지 모르겠다.

 

다나와 이벤트 당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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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이벤트 따위는 당첨되지 않는 내가 왠일인지 이벤트에 당첨이 됐다.
다나와에서 컴퓨터기기 이벤트를 항상 진행하고 있기에 며칠간 틈날 때마다 하나씩 응모하고는 했는데….

오라는 모니터는 안오고 아이들 장난감이 당첨됐다.
물론 한번 뜯어서 가지고 놀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으나.. 그냥 참고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려고 한다.
모름지기 선물도 새걸로 받아야 기분이 좋을테니까 ^ㅡ^

책정리

[pe2-image src=”http://lh6.ggpht.com/-1490FZQ3wNU/UVrPDo4hBpI/AAAAAAAAFZQ/9gDFhcUDbTE/s144-c-o/2013-04-02%25252021.12.12.JPG” href=”https://picasaweb.google.com/114042155253071707161/Rainpencil_2013#5862225526397142674″ caption=”2013-04-02 21.12.12.JPG” type=”image” alt=”2013-04-02 21.12.12.JPG” ]

책을 정리합니다.
제 서가는 이미 몇달전부터 정리중이었지만 그 중에 남아있던 몇권의 책입니다.

월요편지는 ‘친구에게 선물로 줄까?’하는 맘에 남겨뒀던 책이지만 제 친구들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은 아닌 것 같고….
오페라의 유령은 중학교때 읽었던 책인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남겨뒀던 책입니다. 그런데… 다시 읽고 싶을때는 근처 도서관가서 빌려 읽지요. 뭐.

그 위에 두꺼운 책 두권은 초등학교 졸업식 때 상으로 받은 것인데 도무지 재미가 없네요.

내일 집 근처 도서기증하는 곳에 가져다놔야겠습니다.

어린왕자 –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한때는 어린이였던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
내가 어린왕자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이다.

그 당시 나를 아껴주셨던 담임 선생님께서 “어린왕자는 매번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여유나 유머와는 거리가 먼. 정말이지 담백하게 진지한 어린이였고 결국 매년 어린왕자를 읽고나서 그 변화를 스스로 느껴보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어린왕자를 읽고나서 나는 조금 혼란스러워했다.
어린왕자든 비행기조종사든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대화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코끼리를 집어삼킨 보아뱀의 그림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왜 문제란 말일까?
‘뭐, 바로 못 알아볼 수도 있지. 잘 그리지도 못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어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린왕자 이야기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읽고 또 읽었다. 지금은 다른사람에게로 내 손을 떠난  책의 첫 장면이 아직도 내 머리속에 또렷하게 남아있는건 도무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원시림의 책 내용이라며 옮겨 그려놓은 – 뱀이 꽁꽁 똬리를 틀어 바다수달을 잡고는 그 입을 무지막지하게 벌리고 있는 – 그림이었다.)

그럼에도 어린왕자를 매년 읽어보겠다던 나의 계획은 4년 이상을 가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후에도 문득문득 생각이 날 때면 책을 펴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을 읽고는 했다.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부분은 어린왕자가 의자를 뒤로 살짝 물러  해가지는 풍경을 계속해서 바라보는 장면이다.
가끔은 사막여우가 황금빛 밀밭을 바라보며 어린왕자를 기다리는 모습도 종종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하지만 20대에 들어서 나는 어린왕자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어린왕자가 떠올라 다시 조금씩 읽어보았다.

어릴적 앨범을 꺼내 읽듯 낯익은 장면들이 눈을 스쳐 지나간다.
양이 들어있는 조그마한 상자. 바오밥나무로 둘러쌓인 조그만 별. 차곡차곡 쌓아올린 귀여운 코끼리들. 새침떼기 장미꽃까지…

어린시절에. 청소년기에. 그리고 지금 읽어보는 어린왕자는 정말 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이제  예전처럼 정신없이 바쁜 사업가가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았고,  아무 생각없이 기차안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다니는 사람들이나 술주정뱅이가 실제로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결국 나도 어른이 되었구나.’ 라고 여겨질 때쯤.. 어린시절에 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이 내게는 행운이라는 생각 들었다.
물론 요즘 어린이들은 너무나 똑똑해서 어린왕자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알지만 항상 깜빡하고 잊어버리는 것.

정말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1초안에 담기


우측 아래에 한글 자막을 선택하고 감상하세요.

나는 기록을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을 무서워하는 편이다. 하마터면 내가 손에 쥔 무엇가를 놓쳐버릴까봐서.

추억, 고민, 아름다운 감정.

그래서 Evernote를 좋아하고, 어린시절의 일기장을 창고에 남겨두고있다. 내 주변에는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일기를 계속 쓰고 있는 아이가 있어서 요새는 나도 종종 일기를 다시 적곤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착한 어린아이가 아니라서 매일 일기를 적지는 않는다. 귀찮으면 녹음을 하기도 하고 하루 24시간을 다섯줄로 싹둑 잘라버리기도한다.

기록은 좋아하지만 의외로 나는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
잘생긴 편이 아니라 사진찍는 재미도 덜하지만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 순간의 감흥을 깨는게 싫다. 그래선지 여러번 고쳐 찍어 나온 사진도 별로 안내킨다.

하지만 동영상은 좋아한다.
내 목소리와 상황이 녹아 들어가서 내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 것 같다.

오늘 난 Cesar Kuriyama의 강연을 듣고 매우 고무됐다.
내가보기에 그의 기록방식은 매우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멋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루에 단 1초를 모아 삶을 하나의 연속적인 비디오로 기록한다.

우리는 짧게 기록하고 순간순간을 즐기면서 오히려 길게 과거를 기억해낼 수 있다.

또한 하루의 1초를 위해서 하루를 더 값진 것들로 채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평생에 단 몇번만 펼쳐 볼 일기장을 채우기 위해서 하루의 인생을 한토막씩 소비해야만 하는 미친짓을 그만 둘수도 있고, 1년에 단 6분짜리 영상속에 빈둥거리는 거실천장을 1초라도 덜 찍기 위해서 더 나은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

나는 이것을 보자마자 사랑하는 한 친구에게 추천해줬고 우리는 이 강연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우리는 각자 이것을 활용하기로 결정했고, 스스로에게 맞는 방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Cesar Kuriyama가 강연에서 해준 유용한 충고 두가지는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그중 하나는 좋지 않은 날에도 1초의 기록을 멈추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여과도 거치지 않는 내 시야 그대로의 영상(1인칭시점)을 담아내는 것이다.

나는 이미 어제 내 삶의 1초를 영상에 담았다.
언젠가 이 영상을 공개할 유쾌한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1 Second Everyday를 3년동안 사용한 후 후기를 적어봤습니다.

런키퍼 운동 기록을 런타스틱으로 옮기기

스마트폰을 진정으로 스마트하게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휴대폰을 “카톡! 카톡!!“만 외치는 딱따구리로 전락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은 그 이름처럼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우리가 삶을 똑똑하게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스마트 폰 어플 중에 가장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gps를 기반으로 달리기 (또는 자전거 타기) 기록을 남겨주는 어플인 런키퍼(RunKeeper)였다.
나는 2년 가까이 런키퍼를 사용해오고 있는데 휴대폰을 바꾸거나 초기화할때도 이 어플만큼은 꿋꿋하게 살아남곤 했다.
운동을 한 뒤 땀을 흠뻑 흘리고 내가 달려온 거리를 내 손안의 스마트 폰 안에 기록할 때의 개인적인 뿌듯함 때문이었을까?
중간에 발바닥을 다쳐 1년 가까이 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런키퍼의 activity를 보면 100회가 훌쩍 넘는다. 달린 전체 거리만 보아도 395km를 뛰었으니 RunKeeper Pro는 제 값을 충분히 해내고도 남았다.

사실 고백을 해보자면 나는 RunKeeper Pro가 2011년 1월에 신년기념으로 일시적으로 한달 무료였을때 별 다른 생각없이 다운받아 이용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에버노트와 더불어 내가 가장 아끼는 어플 중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애지중지하던 녀석도 종종 내 속을 썩히고는 했다.
예전에는 gps 좌표를 곧잘 잡았었는데 버젼업의 문제였는지, 새로 바꾼 휴대폰과 호환성이 나빠서인지 gps를 잘 잡아내지 못할 때가 많았다. 매번 그렇게 불편함을 겪다가 얼마전에 친구가 추천해준 런타스틱(Runtastic)을 사용해보고 충실한 기본 기능에 바로 바로 gps를 잡아주는 모습에 홀딱 반해버렸다.

But!!!
그동안 아끼고 보듬어가며 모아둔 나의 운동 기록을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둘 다 비슷한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RunKeeper의 기록을 runtastic으로 옮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서비스가 많기 때문에 일부러 숨겨놓은 것인지 분명히 운동기록을 Export/Import 하는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Export 기능은 쉽게 찾아낼 수 없었다. 결국 눈썰미가 부족한 나는 구글링을 통해서 운동 데이터를 백업해주는 경로를 찾아낼 수 있었다.

runkeeper_export1
자신의 아이디로 로그인을 하고 추출해낼 운동기록의 날짜를 From: ~ To: 에 지정해준 뒤에 Export Data를 클릭하면 잠시 후 다운로드 링크가 활성화된다.

기록을 입력하는 방식은 쉽게 찾을 수 있어서 runtastic 홈페이지에서 금방 기록을 입력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중간 중간 운동 기록을 수동으로 입력해서 gps 정보가 없는 기록들은 X표시가 나오면서 입력이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여러 운동 어플들의 기록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으니 소중한 기록들을 그냥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runkeeper_export2
Add Workout – Import Workout 순으로 이동해서 GPX 파일을 선택해서 업로드해주면 된다.

※ 지금은 또 무릎을 다쳐서 한동안은 쉬어야한다.

빗속을 질주하는 법 – 차는 눈이 가는 곳으로 간다.


가스 스타인의 소설 ‘빗속을 질주하는 법’을 읽었다.
원래 제목은 ‘The Art of Racing in the Rain’ 이지만 나는 왠지 빗속을 질주하는 법이라는 제목이 더 맘에 든다.
현재는 구판이 절판되어 철학자 개 엔조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이건 썩 맘에 들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맘에 들지가 않아.
매번 심리학 도서나 갖가지 정보성 도서같은 무거운 책들만 읽다가 오랫만에 소설을 읽은 셈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 책을 구입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나방에 읽어주는 사람 없이 놓여있는 걸 어느 날 꺼내온듯한 기억만 어렴풋이 난다.

글은 엔조라는 주인공 개의 시점으로 서술된다.
엔조는 충직하고 사려가 깊으며 영적인 믿음을 가진 개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이지 이런 친구를 한 명 가지고 싶다는 맘이 생겼다.
엔조의 가족은 데니라는 이름을 가진 카레이서이다.
이야기는 데니와 그의 아내 이브. 그리고 둘 사이의 딸 조위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진행된다.
데니와 엔조는 현명한 카레이서고 그들은 트랙위를 달리는 자동자를 통해 삶에 대한 지혜를 얻는다.

누군가 이런 의미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세상의 진리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것이라고.
인생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레이서가 트랙을 달리며 세상을 배우듯 우리는 단 한가지 일에서도 삶의 의미와 나아갈 바를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라도 비가 내릴 때도 있고 혹은 폭풍우가 몰아칠 수도 있다.
때론 맑게 개이는 날이 며칠이나 계속될 수도 있고 가끔은 이런 와중에 구름이 끼기도 한다.

책이 너무나 잘 읽혀서 좋았고, 내 맘을 가볍게 정화시켜줘서 더욱 더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차는 눈이 가는 곳으로 간다.”

글의 장점

말이나 그림, 행동에는 힘이 있다.

말은 글보다 빠르다. 거침없이 흐름을 따라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으며 유창한 말솜씨는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그림은 글보다 생생한 느낌이 있다. 말로도 눈빛으로도 표현하지 못하는 내면을 단 한컷에 담아 낼 수 있는 것이 그림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행동에는 변화라는 가능성이 들어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실제세계를 가공해낼 수 있는 마력이 있다. 원한다면 그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글만이 가지고 있는 두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글은 검토가 가능하다. ‘인생은 실전이다.’라는 말처럼 행동과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그러나 글에 적힌 나의 생각은 흐름을 잡아 언제고 다시 읽고 되새기고 더 나아지기 위해서 검토할 수 있다. 오늘은 새벽에 문뜩 잠이 깨서 블로그의 예전 글들을 읽고 간단한 정리를 했다. 몇 달사이에 생각이 변하기도 했고 상황도 달라서 몇몇 내용은 수정하고 삭제도 했다. 가장 크게 느낀점은 내가 글이나 말을 하면서 매우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다는 점인데 이것이 나중에 바라보니 굉장히 부자연스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마도 나의 부족한 표현력과 논리를 어설프게 빗대어 사용하려다보니 이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자중해야겠다.

둘째. 글에는 생각의 흐름이 남겨져 있다. 특히나 본인이 썼던 글을 읽어보면 표현 하나 하나 그리고 문단의 흐름 속에서 내가 어떤 생각과 판단을 했었는지 모두 읽어낼 수 있다. 나는 사소한 일에 대한 주의가 약하기 때문인지 가끔 지나칠 정도로 기억력이 좋지 못한데 내가 적어놓은 글들을 통해서는 과거를 아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내가 2년 넘도록 블로그를 계속 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생각, 행동, 말

생각을 한다.

생각은 말이 된다. 또는 행동이 된다. 생각은 말과 행동 모두가 될 수도 있고 그저 생각으로만 남을 수도 있다. 생각이 자꾸 새어나오기 때문인지, 누군가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점차 알 수 있게 된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천천히 기다리면 타인의 향기가 스며들기 마련이다

 

사람은 누구나 영웅으로 태어난다. 아이들은 누구나 스스로 세상의 주인공이며 꾸밈없이 아름답다. 시간이 흐른 어느날 아이 스스로 자신의 순수함이 바보처럼 느껴질때면 아이들은 자신들의 신과 영웅을 동화책속에 가둬 버린다. 그때부터 아이는 그저 한명의 인간이며 세상을 자로 재며 바라보기 시작한다. 판단하고 선택한다. 사람들은 이를 이성이라고 부른다.

 

생각을 한다. 그리고 선택을 한다.
선택은 말이 된다. 또는 행동이 된다.

어릴때는 그저 생각만 했지 선택하지는 않았다.
어떤 것이 옳은지 좋은 것인지 모를 때는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직은 내 주위에서 아무런 향도 나지 않는 것 같다.

과학자의 서재 – 책 읽다가 과학자가 되고 말아버린 이야기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황소개구리와 우리말 이라는 글을 쓴 최재천 교수의 책이다. 사실 과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알고 싶어서 책을 골랐기 때문에 저자에 대해서 미리 알아보고 읽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최재천 교수의 사진을 몇번이고 노려보고 나서야 “아..!” 하고 무릎을 치게 되었다. 이상할 정도로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이라는 글은 내 기억속에 또렷하게 남아있는데 아마 막 고등학생이 되어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간 와중에 배운 글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교과서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던 나의 모습과 당시의 국어 선생님, 교실의 풍경에 이르기까지 추억들을 되살려준 최재천 교수에게 갑자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책은 최재천 교수의 성장스토리를 다룬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것 같은 방황과 고민이 담백하게 적혀있다. 개인적으로 위인전이나 자서전은 싫어하는데 이 책은 읽어가는 느낌이 참 좋았다. 문학에 소질이 있었던 그의 글 솜씨 때문인지 글을 읽는 것 보다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또 작가의 경험에서 내 기억들도 하나씩 떠올려 공감을 할 수 있어 좋았다. 굴을 파고 놀던 그의 이야기를 읽고는 몰래 다락방에 기어올라가 꽁기꽁기 아늑함을 즐기던 내 어린 날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이 책이 내 맘에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내게 읽고 싶은 책들을 더해 줬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에서 중간 중간 멈춰서서 당시에 읽었던 책들에 대해 설명하고는 한다. 책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그때 그 책들이 최재천 교수의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갔는지 또 무엇을 알려줬는지 말해준다. 자신이 읽었던 책들에 대해서 얼마나 달콤하게 얘기 하는지 나는 껌뻑 속아넘어가 곧 그 책들을 읽게 될 것 같다. 특히나 우연과 필연, 사랑의 학교는 반드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과학자의 서재는 소소하게 느끼게 해주는 점이 더욱 많은 책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알콩달콩읽어 나간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