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20

주말을 맞아 엄마랑 피클볼을 치러 아침부터 근처 천으로 나섰다.

피클볼은 VR로 처음 접하고 그 후에 언론을 통해 북미에서 퍽이나 인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전에 런닝하다가 처음으로 직접 치는 커플을 보았다.
그러고 잊고 있었는데 우연히 입문용으로 싸게 파는 제품을 보게되어 구매해두고 ‘이번 주말에는 꼭 한번 쳐봐야지’하는 맘으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선 것이다.

피클볼의 코트 사이즈는 배드민턴 코트와 대동소이 하지만 네트는 훨씬 낮다.
제일 가까운 배드민턴 코트에서 조금 치다가 햇빛이 시야를 제한해서 그늘지고 사람이 훨씬 많은 코트쪽으로 옮겼다.
피클볼을 처보고 처음 느낀점은 묵직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배드민턴 대신에 스피드민턴을 사용해서 더 그런건지 VR로 라켓을 많이 쳐서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묵직하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스피드민턴도 배드민턴보다는 바람에 강해 애용해왔는데 요즘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한 탓에 바람은 더 강했고 스피드민턴도 원활하게 치기 어려워 함께 가져간 스피드민턴을 치다가 피클볼로 갈아탔다. 바람이 꽤 불어선지 야외 배드민턴장에는 우리밖에 없어서 네트를 사이에 두지 않고 코트와 코트를 사이에 두고 널찍하게 네트 없이 사용했다.

그렇게 피클볼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데 한 꼬마아이가 옆에 가까이 다가와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그래서 한번 해보라고 했던 것이 그 꼬마아이와 한참을 치게되었다.

와중에 이런 저런 대화를 했는데, 처음에 했던 얘기와 나중에 했던 말이 좀 다른 것을 보니 부모님이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던가 싶었다. 아무튼 그 녀석은 나이에 비해 운동신경도 좋고 숫기도 충만해 꽤나 즐기고 당당히 돌아갔닼ㅋ

재미있는 점은 그 아이가 내가 저학년 때 다녔던 초등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지금 해당 학교의 전교생 숫자가 당시 내 학년의 총 학생수보다 적었다. 신기하고 기묘하게 느껴졌다.

날이 추워서 인지 집에 돌아와서는 몸이 조금 고생했지만 아침 운동을 나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루틴 만들기 (1)

코로나 이후 좀처럼 생활이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서 적극적인 변화를 주기로 했다.
코로나 때문에 여러가지 제약도 있었지만, 집안 사정이 더해져 생활의 중심이 옮겨진 채로 한동안 생활하고 나니 오래 된 좋은 습관조차도 잃게 되었다.

이 글은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하루의 중심을 정함으로써
첫째, 삶에서 무엇을 만나던 다시 이리로 돌아오기 위한 지침을 세우려는 목적이 있고
둘째, 변화의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꾸준히 밀어붙이려고 한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달리기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10년도 넘게 뛰어왔지만 코로나 때 외출을 자제하고 또한 마스크를 쓰고 뛰기 힘들어 어영부영하던 것이 죄책감에 겨우겨우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가민의 5km 챌린지 기능을 이용해 5주째 뛰고 있는데, 일주일 3일 수행에 매번 인터벌이 섞여있다.
옛날에는 늘 존2로 뛰었는데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왠지 열정이 동하지 않아서 변화를 주기로 한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5년내 변하지 않던 몸무게가 벌써 2kg이나 빠졌다.

그리고 이번주에는 수면 패턴을 바꾸기 위해 집중했다.
출근 할 필요가 없는 일의 장점은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기준이 부재하니 어느 틈엔가 생활리듬이 자유분방해지고 고삐를 쥐었나 놓는 일이 다반사가 되어 수면 패턴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달리기에 근력 운동을 조금 더해보니 회복력이 떨어진 것이 크게 느껴져 어떻게든 생체 리듬을 먼저 잡아야 겠다고 생각해서 밤도 새보고 억지로 버티면서 이번주 내 기상 시간을 고정시켰다.
반동이 컸다. 다래끼도 나고 눈병도 났다. 관절에 염증도 생긴 것 같이 아파서 올해 들어 시작한 간헐적 단식(아침 거르기)도 중지하고 세끼를 엄청나게 챙겨먹었다. 운동도 하루 쉬던 것을 이틀 쉬고 강도를 조절했다. 아직은 낮에 갑자기 피로가 몰려들지만 +-수준 내에서 기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계속 잘 유지해야겠다.

근력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오래 쉬었지만 그만큼 오래해와서 만만한 팔굽혀펴기와 풀업부터 다시 시작했다. 하체는 안하던 인터벌이 들어가서 30~45분 달리기 강도가 더 올라가지 않을 때까지는 따로 하지 않을 생각이다.

걷기, 명상, 수분 섭취, 매일 외국어-투자 공부하기, 독서 및 자료 정리, 여행 다시 시작, 경험한 것 피드백, 식사 기록, 위생관리 등 빈도와 방법이 다른 루틴에 대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 및 기록할 예정

스트레칭

240603

어릴 적에는 지금보다 시를 많이 읽었던 것 같다.

그게 무엇인 줄은 잘 몰랐지만 들이켜보니 씁쓸한 낭만이 있던 시대였다.

초등학생 때는 학교에서 시를 적는 시간도 많았다.
나는 상장도 자주 받아서 엄마가 기뻐했다.

천상병의 귀천을 들은 건 얼만큼 키가 자랐을 때였을까.
한 살 터울의 누나와 텅텅한 장롱 옆 한 모서리 벽에 자를 대고 죽죽 그어가며 누구 머리가 더 높은가 경쟁을 하고는 했었다.

학교에서는 어린 학생들을 위해 자주 글을 읽게 했는데 그 날 읽은 시구가 묘하게 혀 마디에 남았다. 하늘은 불덩이 같은 몸둥이에 땀방울을 짜내듯 자주 높고 맑았고 그렇게 하늘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듣기 좋았다. 나는 그가 역사책에 나오는 엄청 나이 많은 어른은 아닌가 했었다.

요즘은 고런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게 무슨 소용일까.

근래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즐거운 일을 해도 곧 익숙해지고 휘발되어 더 나은 다음을 기약하기 힘드니 삶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던 날들이 많았다.
그에 반해 불운을 지나갈 때 힘든 순간은 끝도 없어 참으로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의미가 없이 그저 그런대로 흘러간다면야 기쁨과 슬픔이 무분별하게 방문을 열고 들이닥쳐야 하는데, 기쁨의 벽은 점차 높아만지고 고통은 그 꼴이 다채로와지니 이건 누구의 장난일까 싶어졌다.

내가 유난히 못난 것인지, 삶이란게 원래 그런 것인지 퍽이나 궁금했다.

어릴 적에 꿈이 뭐냐고 물으면 대강 남들이 하는대로 적당히 둘러댔지만
실은 나 혼자만이 꽁꽁 숨겨둔 꿈이 하나 있었다.

허락된다면 그럴 여유가 있다면,
좋았다고 잘 살았다고 신나게 웃으며 가는 것이 내 바램이다.

우리의 삶이 시간 위에 이미 그려져있다면 내 마지막 날은 어렸을 적에 미리 끄적여놓았다.

그런데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도 마뜩하게 기쁘지 않고,
그마저도 잘 되지 않을 때는 대들보가 비틀어지듯 뭔가 완전히 잘못된 건 아닌가 초조한 날들을 많았다.

그러다가 깨달은 건 내가 점수를 메기고 있었구나.
나도 어느새 어린 왕자의 바보같은 어른이 되어서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를 괴상한 자를 대고 내 삶에 점수를 메기고 있었구나.

그 점수를 놓고서 바보같이 울고 웃었구나.

막연하게 오늘 기뻤으면 그 날은 좋은 날이고, 힘든 일이 있으면 그 날은 세상에 없었으면 좋을 그런 날일까.

실은 그 모든게 함께 주어진 것이고 나는 그것을 다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어떤 날이라도 사랑한다고 웃으며 잠들 수 있는 밤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