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좀 친다는 친구들에게 낙원상가에 함께 가서 입문기타 사는 것 좀 도와달라고 처음 운을 뗀게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해지는 요즘이다.
드라마 속 귀공자처럼 멋들어지게 피아노 연주는 하지 못할지라도 사람이 악기 하나쯤은 다루는 운치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스스로 여기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래서 이틀전 맘도 울적한 김에 기분전환으로 기타를 샀다. 쇳불도 단김에 빼라고 낙원상가까지 갈 것도 없이 그냥 인터넷으로 바로 결제를 해버렸다. 그리하여 내 인생 기타 1호는 Dame Lilies 70 (데임 릴리즈 70)이 되었다. 이 기타는 입문용으로 나름 유명해서 어차피 기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나 싶어 결정하는데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
기타 외에도 스틱 몇개와 초보자들을 위한 CD도 함께 동봉되어 왔는데 “50일 완성”이라는 문구가 참 맘에 든다. 원래 나는 ‘xx일 완성’, ‘필수ㅇㅇ xxx개’와 같은 문구는 탐탁지 않게 여기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저 문구가 맘에 들었다. 그래서 왠만하면 하루하루 천천히 그 단계를 밟아 볼 생각이다.
뭐… 일단 내일부터 연습 계획을 짜볼 생각인데
‘하다가 정 안되면 집 근처에 실용음악학원에라도 등록하면 어떻게 되지 않겠어?’
그런데 기타를 본 엄마가 나보다 더 신이 났다. 옛날부터 한번쯤 기타를 배워보고 싶었다고 하셨다.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면 내가 너무 무관심했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란 이런 것이 아닐까. 그 누구도 쉽게 발견하지 못할 그 부분들을 남 몰래 알고 있다는 것. 이제라도 알았으니 내가 배워서 하나씩 알려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