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역서울 284 (구 서울역사)의 3등 대합실에서 진행하는 <테너 김병오의 토크콘서트>에 다녀왔다.
실은 얼마전 <복숭아 꽃이 피었습니다> 전시를 다녀오면서 문화역서울에서 종종 공연이 있음을 알게되었는데, ‘꼭 한번 가봐야지!’하고 마음을 먹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가보았다.
이전 공연들을 보니 선착순 200석과 같은 제한이 있어서 운이 나쁘면 헛걸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소소하게 객석이 준비되어 있었고, 관객들은 거기에 꼭 맞게 들어찼다.
아무래도 테너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벽이 전에 있던 무대들에 비해 대중에 가깝지 않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아무튼 나로서는 그런 작고 깊은 성찬이 더욱 좋았다.
무대는 봄-여름-가을-겨울 이렇게 계절을 테마로 김병오씨께서 가곡과 가요를 섞어가며 불러주셨다.
사실 가곡만 해주셨어도 좋았을텐데, 의미와 그 곡의 감정을 몸이 스스로 알고있는 가요가 확실히 더 몰입해 듣기 좋았다.
나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전통 한국인이다.
그건 그렇고 나는 김병오씨의 표정 연기에 의외로 놀랐는데, 테너는 그저 목소리를 훌륭히 담아 노래하는 사람인줄만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곡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줄 알았다면 평소에 좀 더 우러러보았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인연>이었다.
피천득씨의 인연 중 한 구절, 이선희씨의 인연을 한 곡 불러주셨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 이 얼마나 서정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