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피처폰 정리

왼쪽 두번째부터 와인폰 4(LG-KU2800), 와인폰 2(LG-KV3900), SCH-C280, sky 로맨틱웨이브 (im-s300). 맨 왼쪽은 현재 사용중인 베가 LTE-A

내 방에 고이 모셔뒀던 피처폰(Feature Phone)을 정리하기 위해 꺼냈다. 총 4대가 있었는데 그 중 2대는 와인폰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와인폰 시리즈의 두번째/네번째 폴더폰이고, 나머지 두개는 2g 반자동 슬라이드 폰이다.

사실 4대 모두 내 휴대폰이 아니다. 저중에 애니콜(SCH-C280)은 엄마가 사용하던 휴대폰이고 나머지는 모두 아빠가 사용하던 휴대폰이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휴대폰이 없었는데… (뭐, 학창시절에는 부모님이 요금을 내주는 것이니 ㅠㅠ)
이 자리를 빌어 간략히 내 휴대폰 역사를 살펴보자면! sky 휴대폰을 군 입대전에 한 대, 군 제대 후에 다시 또 한 대, 그리고 다음부터는 스마트폰으로 넘어와 모토글램.  그 후부터 디자이어hd(일명 옹이), 베가R-3, 베가 LTE-A 순으로 사용했다. 돌이켜보니 모두 저렴한 녀석들로만 사용했다. 스카이 휴대폰은 하얗고 예뻐서 참 좋았고, 모토글램과 디자이어hd로는 롬질을 어마어마하게 했다. 사실 그 전까지는 내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가장 전문적인건 포토샵이었는데 그때의 롬질이 기덕이 되는 첫번째 관문이었던 것 같다. 그후에 베가 브랜드를 구입하면서부터는 성능이 훌륭해서 특별히 루팅을 하지 않았다. 대신에 Nook HD 시리즈와 갤럭시 노트8을 어마어마하게 혹사시켰음은 부인하지 않겠다.
쓸데없는 말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이 4개의 피처폰은 내 휴대폰이 아니지만 틈만 나면 내가 가지고 놀았기 때문에 모두 정감이 가는 녀석들이다.

당시의 내게는 백업 개념이 부족했던 탓에 피처폰안에는 사진과 문자 들이 고스란히 잠들어있었다. 끽해야 250×300 정도되는 해상도의 사진들. 그리고 문자가 부족했던 내가 아빠 휴대폰으로 친구들에게 보낸, 우리 가족이 힘들었던 시기에 서로에게 보낸 문자들. 사라지지 않고 잠들어 있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끔찍하게 설계된 UI조차 왜 이리 익숙한지 바로 어제 쓰던 것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한 손에 꼭 맞게 쥐어지는 느낌이 너무 좋다. 폴더폰을 여닫는 소리와 쫀득하게 올라가고 내려오는 반자동 슬라이드는 그 자체로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줬다. 그래서인지 당시에는 휴대폰을 던지고 노는 손버릇이 있었다. 요즘 휴대폰에 비하면 무쇠처럼 튼튼하기 때문에 한두번 떨어뜨리는 건 걱정도 되지 않았다. 이 손버릇을 한동안 고치지 못해 스마트폰을 몇번 땅바닥에 쳐박았던 기억이 있다.

오랫만에 꺼내보는 휴대폰들이 너무 반갑고 좋았다. 그래서 계속 그냥 남겨둘까도 잠시 고민했는데, 앞으로 새로운 경험을 충만하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덜어내어 가볍게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진 한장과 동영상 하나로 만족해보려 한다. 물론 사진과 동영상으로 충족되지 않는 날 것의 느낌이 있지만 살다보면 절대 버려지지 않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고이 간직하는 것들은 그것들로 한정하려고 한다. 너무 무거우면 다음 행선지까지 가기 힘들잖아.

사실 이번에 정리하는 피처폰들은 5년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이토록 옛스러운 물건이 되어버렸다.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가 정말 빠르다.

참고로 피처폰에 있는 사진과 동영상을 백업하려거든 블루투스 기능을 적극 활용하면 좋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최신 스마트폰과 연결이 잘 되지 않는 기종은 다른 피처폰을 경유하는 방식을 이용하면 된다. 블루투스 기능이 없는 휴대폰의 경우에는 24핀 데이터 케이블 USB를 이용해야 하는데 오픈마켓을 잘 찾아보면 우체국 택배(배송비 무료)를 이용하는 판매자가 있다.
처음에는 서비스센터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요구하는 해지원부 증명서가 통신사 해지 6개월 이내에만 발급 가능하므로 이용할 수 없었다.

오래된 폴더폰은 대부분 해지한 뒤 6개월이 지났을테니 24핀 케이블을 이용해야 할 것 같다.

와인폰 2개1개는(KT의 2g 서비스가 종료되었기 때문에 KT용 2g 단말기는 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 중고장터로 보냈다. 남은 와인폰 1대와 일부 고장이 나버린 두개의 슬라이드폰은 우체국의 중고폰 매입를 이용하려고 생각해봤는데 알고보니 우체국이 그저 다른 민간 업체의 업무를 대신해주는 것이었다. 고작 몇 천원에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감수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파기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