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랫동안 보지 않고 먼지만 쌓인 채 저 혼자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비디오 테이프가 있지 않나요?”
우리집에도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할 도구가 없어서 퉁명스럽게 거실 한 켠의 진열장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녀석들이 있었다. 안그래도 어린 시절의 영상은 커녕 사진도 별로 없던 나는 ‘저 비디오테이프들이라도 동영상 파일로 변환시켜서 두고두고 보관해야지.’ 하고 맘을 먹고 있었다.
[pe2-image src=”http://lh6.ggpht.com/-H1gZjfdPJy0/Ujvsn-4L4CI/AAAAAAAAJBc/wvQo0RuGezE/s144-c-o/video_tapes.jpg” href=”https://picasaweb.google.com/114042155253071707161/Rainpencil_2013#5925589906373730338″ caption=”비디오테이프” type=”image” alt=”video_tapes.jpg” ]
그러다 이번주에 오랫동안 맘 먹고 있던 일을 드디어 처리했다.
비디오테이프를 동영상으로 변환시키기 위해서는 직접 컴퓨터와 연결을 하여 동영상을 추출하거나, 대행 업체에 맡겨야 하는데 나는 비디오테이프를 아예 재생시킬 수가 없었기 때문에 대행업체를 이용했다.
나는 맛집도 인기블로거보다는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던 사람들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편이라 It관련 커뮤니티에서 추천을 받아 대행업체를 선정했다.
비용은 영상 1시간 단위로 5,000원이고, DVD나 동영상 파일로 받을 수 있다. 해당 비디오테이프를 전해주기 위해서는 직접 방문 또는 택배를 이용하면 되는데 업체가 압구정쪽에 위치해서 직접 방문했다. 집과의 거리도 가까웠고 추석이 끼어있기 때문에 택배를 이용했다가는 자칫 시간이 많이 소요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 방문해보니 업체는 소규모 중소기업으로 오피스텔 사무실에서 영업하는 것 같았다. 간단하게 비디오테이프를 맡기고 비용, 일정, 입금 방법, 동영상 파일을 전달하는 방법(업체 웹하드 ID 이용)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에 설명을 듣기로는 일주일 정도 후에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집으로 돌아와 몇 시간 지나지않아 동영상 파일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업체에서 알려준 웹하드 아이디를 통해 mpg파일을 받았는데 지금에 와서야 하는 소리지만 용량이 조금 더 커도 avi 파일로 변환해달라고 언급할 것을 하는 후회가 된다. 90년대 당시의 영상 기술도 그다지 좋지 않았을테고 그나마도 오랜시간 동안 보관되어 화질이 조금 상한 것처럼 보였다. HD화면에 익숙해진 지금의 눈높이로 보기에는 조악한 화면이어서 좀 섭섭했다. 그래도 알아보니 mpg파일이 DVD에 쓰이는 파일 형식이라고해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다.
변환한 파일은 총 3개.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촬영영상과 누나와 나의 유치원 영상이다.
오랫만에 옛날 영상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제는 기억조차 왜곡되어 있어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꽤나 낯설게 느껴졌다. 부모님께도 결혼기념일 영상을 보여드렸는데 아버지께서 향수에 젖으셨는지 추석때도 큰어머니, 사촌형과 함께 한번 더 돌려보셨다. 그때 당시의 사진과 영상이 더욱 많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라도 생생한 지금 이 순간들을 조금 더 담도록 노력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