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03

불편함에 대한 예민함, 편안함에 대한 무뎌짐, 망각 이 세가지 때문에 인간은 우리가 행복이라고 상상하는 것에 영영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살았던 생각이 깊은 사람들이 단지 마음의 평화가 행복이라고 주장한 까닭이 이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그것이 짜증스러웠고 지긋지긋하게 느껴졌다.
그 평화라는 것이 생각보다 더욱 더 도달하기 힘든 것인 것에 반해 보상이 너무 적은 것처럼 여겨졌다.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을 만들어 이런 세상에 가둬둔 것들은 얼마나 심보가 고약한 놈들인가 생각을 하다가
반대로 결국 이런 모순에 갇힐 정도로 미묘하게 모순적인 존재들만 지금 이 세상에 살아남은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똑똑하거나, 더 미련하거나, 더 감정적이거나, 더 아둔하거나 이런식으로 조금이라도 더하거나 덜한 존재들은 이미 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것 같다.

그럼에도 남겨진 유일한 것은 우리가 자유롭다고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인 것 같다.
자유가 실존하던 그렇지 않던 우리는 그렇다고 믿을 수 있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유를 행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원시적은 사회에서는 힘이 그것의 기반이었고, 사회에서는 결속력이 미약해 듬성듬성한 울타리 같은 룰이 그것을 대신한다.
이성이라는 것이 주어졌으므로 다른 존재의 자유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보면 자연은 무질서한 엔트로피로 향해가고, 이성은 정리하려는 강박을 가진 인간의 감옥인 것 같다.
그럼에도 나라는 질서를 가진 하나의 개인 존재는 그것을 감내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질서를 부여하려는 마음이 인간의 숙명인 것 같다.

세상 속에서 계속 삶을 따라가는 것 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유연하려고 하고 나와 같이 이런 불합리한 여행을 하고 있는 다른 존재들의 마음을 어렴풋하게 상상해가면서 그냥 살아가는 것 뿐이다.
다만 마음은 거창한 무엇을 향하는 게 아니라 눈 앞의 이야기와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는 걸 잊을 때마다 상기할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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