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노래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굳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 
 
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하고 싶은 모든 말들
아껴둘 때마다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 
 
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
불완전한 것은 아니야
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
사람들은 모르지만
서운하지 않아 
 
기다리는 법을
노래하는 법을
오래전부터
바람에게 배웠기에
기쁘게 살 뿐이야 
 
푸름에 물든 삶이기에
잊혀지는 것은
두렵지 않아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 이해인

강풀만화거리

오늘은 서울 어디로 가볼까 고민을 하다가 강동역 근처에 있는 강풀 만화거리에 다녀왔다.

강풀 만화거리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강풀 만화 작가님의 만화 캐릭터들을 벽화로 만나 볼 수 있다.

강동역 4번 출구에서 내려 출구 방향으로 이동하다가 골목으로 들어가면 가정집들의 벽면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성내 시장에 진입하는 큰 길로 가길 추천한다. 왜냐하면 아래에 스캔해놓은 팜플렛이 29번 벽화 옆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난 4번 출구에서 나가서 첫번째 골목으로 들어간 탓에 뭐가 어디있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돌아다녔다.

강풀만화거리
지도를 휴대폰으로 보는 것도 상관없다면 이 이미지를 클릭해 원본을 저장해서 활용하면 된다.
강풀만화거리
직접 돌아다닐 때는 이렇게 많은 줄 몰랐는데 50여개의 작품이 있다.

지도의 출구라고 표시된 곳에도 지도 표지판이 있으니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가도 된다.강풀만화거리강풀만화거리

작품을 놓치기 싫다면 지도를 잘 활용하도록 하고, 그저 발길가는대로 여유롭게 다니고 싶다면 골목 바닥에 노란 별(★)을 따라 다녀도 대부분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한참 강풀 작가의 만화에 빠져 정주행했던 기억도 있고, 한적해서 운치가 있었다. 벽화 마을들은 대부분 데이트 코스가 되어버리기 일쑤라 천천히 감상하기 힘든데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사람은 나 뿐이었다.
혼자만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비좁은 골목들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어 사람들이 많다면 오히려 불만족스러웠을 것 같다.

강풀만화거리강풀만화거리강풀만화거리강풀만화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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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 바보, 당신의 모든 순간, 그대를 사랑합니다.’등이 벽화로 그려져 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들도 있지만 다 읽어보았던 것이라 어린 시절 감성이 떠오르기도 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26년, 아파트, 타이밍’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뷰티풀라이프

1월 12일. 혜화역 1번, 2번 출구 사이에 있는 샘터파랑새극장에서 뷰티풀라이프를 봤다.
역에서 가까운데다가, 객석과 무대가 가까운 소극장이라 좋았다.

뷰티풀 라이프라는 제목이 왠지 인생 회고를 하는 신파극일 것 같았는데 실제 극의 분위기는 완전 달랐다. 시종일관 웃기고 재미있다.

특히 남편 김춘식역의 조영준씨가 굉장히 유머러스하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봤는데, 가족 연인 상관없이 함께 봐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나는 특히나 외조부모님들이 겹쳐보이는 와중에 밝은 분위기라 더 좋았던 것 같다.
‘살아가면서 인생에는 이런 저런 일들이 있지만 그래도 괜찮아!’
라는 기분이라고 할까?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부모님께도 보여드릴 생각이다.

너의 이름은

영화를 보고 리뷰를 봤다.

‘세련된 오그라듬’이라는 글와
‘갈라지는 것들의 파괴력과 이어지는 것들의 치유력.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의 태반은 끝내 연결하려는 안간힘에서 온다.’라는 이동진 평론가의 글이 나란히 위치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두 글 모두에게 공감하고 말았다.
정확히 꼬집어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일본 특유의 감성에 위화감을 느꼈다. 그런 와중에 왜 이 애니메이션이 우리의 심장을 때리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이동진 평론가와 평소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지라 자주 참고하지는 않는데 ‘끝내 연결하려는 안간힘’라는 표현만큼 정확하게 이 감동을 설명할 수 있을까 싶다.

우리의 곁에 있던 일상이 순식간에 부서지는 경험을 해본 사람. 늘 우리 곁에 있을 것 같던 것들을 빼앗겨 본 경험.
나는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는 감정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인생에서 그 굴곡을 지나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흐르는 물을 손아귀에 쥘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가장 아끼는 것들을 그저 보내줘야 할 때가 있다. 그러기가 너무 싫어서 세상에 떼를 쓰고 기도를 해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가진 것들을 다 바꿔준대도 빼앗은 것을 돌려주지 않는다.
돌려 받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도무지 인정할 수가 없다.
이건 그에 대한 동화다.

내 인생에 들어있던,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떠올리게 해 준 영화였다.

그 이름을 잊지 않도록 해주세요.

올드위키드송

올드위키드송

1월 10일 20시, 드림아트센터에서 올드위키드송을 보고 왔다.
R석 – 객석1층 L열에서 봤는데 앞 열에 비해 뒷 쪽은 단차가 있어 시야는 괜찮은 편이었다. 앞에 앉은 사람 키가 너무 크지 않다면 별 문제없을 것 같다.

올드위키드송은 런닝타임 140분여의 2인극이다.
2시간 가량을 단 둘이서 무대를 이끌어가려면 꽤나 많은 에너지를 분출시키고 또 고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호성- 강영석 두 배우가 각각 죠세프 마슈칸, 스티븐 호프만 역으로 열연해주셨다.

나는 원래 감상 전에 구체적인 리뷰를 찾아보지 않고 추천만 받는 편이라 올드 위키드 송이라는 제목안에 뮤지컬 위키드의 모티브 숨어있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위키드가 그리 흔하게 쓰이는 형용사는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낡고 고풍적인 무대 배경을 보자마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야기는 피아노 연주에 흥미를 잃은 영재 출신의 스티븐 호프만이 죠세프 마슈칸에게 노래를 배우기 위해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건반을 치는 사람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는 다른 교수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는데 스티븐은 이게 퍽이나 못마땅했던 것 같다.
그에 반해 마슈칸은 조금은 방정맞고 푸근한 동네 아저씨의 느낌이었다. 극의 유머포인트도 이 통퉁한 할아버지가 가지고 계신다.

극 초반에 마슈칸 역의 이호성씨가 말을 많이, 또 빠르게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좀 집중이 되지 않았다. 독일어도 종종 섞여있었고 꽤나 벅차 보였기 때문이다. 극 중간에 다시 들어보니 발성이 좋으시던데 일부러 그런 모습을 의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극의 중간 중간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따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생각의 흐름을 되짚어 기록하는게 큰 의미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다만 극 중 마슈칸이 스티븐에게 알려준 노래인 <슈만 – 시인의 사랑 中 아름다운 5월에(Im Wunderschoenen Monat Mai)>가 인상깊었다.

https://youtu.be/dVRIXf8zJko

극 후반을 넘어서야 극의 주제 의식이 드러나지만 내게 있어 올드위키드송은 이 노래로 각인될 것 같다.

그리고 노래가 왜 다른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지, 노래는 단지 부르고 듣는 것에 그치지 않는 총제적인 예술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음악을 단지 음향장치 속에서 흘러나와 귀로 들어가는 음파로 인식하는 것은 요리를 하지 않고 재료를 씹어 먹는 행위와 같지 않을까.

 

포르나세티 특별전 – FORNASETTI PRACTICAL MADNESS

어제 포르나세티(FORNASETTI) 특별전에 다녀왔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진행중이다.(~2017.03.19)

솔직히 포르나세티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시아 최초 개최라고 한다. 팜플렛을 읽어 보니 그는 한마디로 천생 디자이너였던 것 같다.
인생에 걸쳐 만든 수 많은 작품들과 다양한 수집품들이 그렇게 얘기해줬다.

잘 알지도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예쁜 것들이 많았다.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입장하는 곳에서 알려주는 어플을 깔면 핵심 작품의 오디오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그러니 이어폰을 준비하시라.

포르나세티
손바닥 안의 얼굴은 이탈리아 오페라 가수 리나 카발리에리라고 한다. 포르나세티는 이 배우의 얼굴을 가지고 장난을 많이쳤다.
포르나세티 테이블 상판
실제로 보면 꽤나 큰 테이블 상판이다. 지금 사용해도 손색이 없는 디자인이다.
포르나세티 장식장
건축가 지오 폰티와 협업했다는 장식장. 사진은 장을 열어놓은 상태다. 닫아놨을 때 중앙의 아치형 디자인이 돋보인다. 갖고싶다.
포르나세티 변기
나는 여기에 똥 못 싸. 아무튼 못 해. 나비 때문에.
포르나세티 의자
저 의자에 그려진 얼굴은 토마스와 친구들에 나오는 캐릭터와 똑 닮았다. 웃겨서 저 얼굴 나올 때마다 다 찍음

포르나세티

포르나세티 자개장
꼭 우리의 자개장 느낌이었다. 너무너무 갖고 싶었다.
포르나세티 이쁜 그림
스카프 디자인이었나? 잘 기억이 안나는데 너무 독보적으로 예쁘다.
포르나세티 환상의 문
전시 공간 사이로 이런 연출도 되어있다. 이리로 지나갈 수 있으면 더 환상적이었을텐데.
포르나세티 자전거
완전 취향 저격이라 시트지로 내 자전거를 튜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너무 귀찮을 것 같아서 10초만에 단념했다.
포르나세티 접시
우주는 걍 좋음 이유없다.
포르나세티 강아지
십자수같기도 하고, 로직같기도 하고. 정제된 매력이 있다. 게다가 강아지다.
포르나세티 토마스
안녕, 토마스

사진은 누르시면 막 막 커집니다.

LG 기기에 SK유심으로 기변하기

노트5 LG기기에 SK유심을 넣어 기변을 시도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1차 문제.
일련번호가 여섯자리다. 나는 원래 LG기기의 일련번호가 여섯자리라고 주장했으나 상담원은 일련 번호는 7자리라며 일련번호가 틀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결론 : LG기기는 원래 일련번호가 6자리가 맞으며 SK에서 기변을 할 때는 맨 앞에 0을 붙여준다.

2차 문제.
일련번호, IMEI, 시리얼 그 무엇을 넣어도 SK 전산에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도난폰이거나 개통이 한번도 된적이 없는 휴대폰 혹은 다른 사람 전산에 잡혀있는 휴대폰이 아니냐고 했다.
나는 이미 도난폰 및 선택약정 가입 가능 여부(=정상 해지)를 확인한 휴대폰이라고 했다.

결론 : SK 전산 상에 존재하지 않으면 확정기변이 불가능하다. 이럴 경우에는 어떻게든 이 기기를 SK 전산에 넣어야 하는데, 상담원은 먼저 유심 기변 해서 SK 전산에 등록할 것을 추천했다.

3차 문제.
유심 기변이 되지 않았다.
기존 휴대폰인 노트7은 다른 폰과 다르게 여타 요금 결합에 의한 유심 기변 불능이 해제되어 있어서 유심기변이 되야 하는데 수십 번 재부팅을 해봐도 유심 기변이 되지 않았다.
데이터 등록에 실패하였습니다.(6)만 끝없이 내뱉었다.

결론 : 유심을 꽂은 상태로 설정 – 일반 – 초기화 – 네트워크 설정 초기화 작업 후 재부팅을 해주니 바로 유심기변이 되었다.
이는 각 휴대폰에 따라 오류 내용과 설정의 구성이 다르니 확답할 수 없지만 본인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기변에 성공했다.

아무리 검색을 해도 답이 안나오고, SK 상담원도 모르는 문제여서 개인적인 해결책을 올려봅니다. 같은 문제를 겪으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고 위의 해결 방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

헌혈 시작

2016_blood_donation

2016년 새해에 세운 목표 중 하나가 헌혈하기였다.
그런데 어느덧 12월.
그래서 부랴부랴 헌혈의 집으로 갔다.

말라리아 위험 지역에 여행을 다녀왔기에 전산 상 헌혈이 금지되어있었다.  헛발걸음을 했지만 헌혈 금지가 풀리는 1달을 기준으로 예약을 하고서 오늘 오전 중 헌혈을 하고왔다.

전혈은 말라리아 위험 지역 방문 시 만 1년이 지나야 가능해서 성분헌혈(혈장)을 했다. 앞으로는 헌혈을 꾸준히 하려고 미리 다음 예약도 잡고 왔다.

늦게라도 시작해서 다행이다.
Better late than never.

1 Second Everyday 3년 후기 – 1초안에 담기(2)

1초안에 담기라는 포스팅을 한 후로 3년이 더 지났다.
유료일 때부터 지금까지 1 Second Everyday(이하 1SE)를 3년 동안 사용해봤으니 후기를 쓸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

실은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고나서 뒤늦게 1SE에 여행 동안의 1초를 집어넣다가 몇몇 정보가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적어본다.

일단 가장 도움이 될만한 정보부터  말해보고자 한다.
동영상을 찍지 못하고 날짜가 지나가면 어떻게 할까요?
보통 생각 가능한 옵션은 텍스트를 적어 넣는 것이다. 지금은 이게 가능하지만 처음에는 이런 기능이 없어서 넣어달라고 메일도 보냈던 것 같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사실 날짜가 지난 뒤 영상을 찍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다른 기기에서 찍은 영상이나 사진도 나중에 받으면 해당 날짜에 넣을 수 없다는 건 문제다. 영상은 당연하고 이미지에 날짜 정보가 담긴 exif가 있어도 소용없다.

하지만 날짜가 지나도 넣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간단히 휴대폰의 날짜를 바꿔주면 된다. 보통 스마트폰의 날짜는 네트워크 정보를 통해 자동으로 받아오게 되어있는데 이 옵션을 끄고 영상/사진을 넣고 싶은 날짜로 수동 설정한 후에 영상을 새로 받거나/집어 넣어주면 해당 날짜에 넣을 수 있다.
예전에 공식 홈페이지 포럼을 통해 제작자로부터 얻은 답변인데 현재 홈페이지에는 포럼이 사라진 것 같다.

다음으로 디지털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었을 때 옮기는 방법이다.
*.mts 확장자의 디지털 카메라 동영상을 1SE에서 열려고하니 동영상이 실행되지 않았다. 기본 갤러리에서는 문제없이 열리는 걸 보니 코덱 문제는 아닌데 애플리케이션에서 지원을 안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확장자로 인코딩을 해보았는데 *.avi도 마찬가지로 읽지 못했다.

이것저것 해보니 두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첫번째로 *.mp4 파일로 인코딩하는 것이다. 문제는 오디오 코덱을 지원안한다는 메시지를 뿜거나, 별 다른 오류도 없이 그냥 안되는 걸 보니 별별 시덥잖은 이유로 실행이 안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내 경우에 화질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1SE에서 실행이 되던 옵션을 찾아 아래 이미지로 남겨본다.

20161215001
영상에 관련해서는 아는 바가 적어서 인터넷 검색 및 직접 시도해보며 찾은 값이니 수정할 내용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Daum 팟 인코더 옵션)


두번째로는 갤러리에서는 영상이 실행될 경우인데 이때는 휴대폰 자체 동영상 편집기로 파일을 새로 저장 해주면 된다. 이 방법이 위의 방법보다 손도 적게가고 편한 것 같다. 추천한다.
그리고 인코딩 작업을 거칠바에는 최신 휴대폰의 동영상이 더 보기 좋은 것 같다. 그러니 왠만하면 1SE 영상은 휴대폰으로 찍자.

이 정도가 1SE를 꾸준히 사용하시는 다른 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정보이고 이제부터는 3년동안 사용하면서 느낀 소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일단 TED 영상의 발표자가 해준 몇 가지 충고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Cesar Kuriyama는 자신의 눈으로 보이는 구도로만 영상을 찍으라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그냥 맘대로 찍으면 된다. 내 경우에는 마음가는대로 남기는게 더 좋았다. 그냥 영상 속에서 자기 자신이 되면 된다.
그리고 좋지 않은 날에도 기록을 멈추지 말라는 그의 충고는 정말 쓸모가 없었다. 영상이 없는 것 또한 삶에 대한 기록이다. 삶의 진정으로 살아가다보면 그따위 삼류 원칙이 들어갈  틈이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그냥 며칠 뒤 간단하게 몇 개의 단어로 그 때의 기록을 남기면 된다.
꼭 매일 매일 남기려고 신경을 곧두세울 필요도 없다. 일상에서는 그냥 살아가게 되는 날들이 있다. 물론 소소한 이벤트를 더하면 좋겠지만 그게 순전히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날에는 그냥 “평범한 날” 카테고리를 만들어 셀카를 찍어 올리는 건 어떨까? 특별한 이벤트가 없다고 해서 거짓 연기를 할 필요가 없으며, 그저 당신이 원하는 대로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면 그 날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몇 가지 나만의 원칙들을 세워가며 1초 영상을 남기다보니 어느덧 3년이 지났다.
친구들은 대개 아직도 하냐는 반응이고, 그 후 몇몇 사람들은 나를 따라서 1초 영상을 남기고 있다. 실은 몇 달전에 2015년도 영상을 합쳐보았는데 6분 남짓의 영상을 보고 이 일을 한 것에 대한 뿌듯함을 느꼈다. 예전에는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버렸구나 하고 아쉬운 맘에 크게 남았는데 6분동안 쉴새없이 흘러간, 내가 남겨온 찰나를 따라가다보니 그래도 내가 막 살지는 않았구나. 나름 순간들을 가득 채워가며 살았구나라는 생동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대부분의 동영상에 친구와 가족이 들어있어서 이 놀라운 경험을 직접 공유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깝다.

뮤지컬 더 언더독

창작 뮤지컬 더 언더독, 유기견들의 이야기.
유니플랙스 1관 2층 좌석(지하 3층)에서 감상했다.

버려진 개들의 삶을 통해 이야기한다.
군견, 투견, 애완견, 맹인견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개들이 유기견 보호센터에 모였다.

‘유기견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지. 왜 여기 저기 이렇게 슬픈 존재와 일들이 많을까. 모든 생명들이 고통받지 않길 바라는 건 허황된 꿈일까’

늘 그렇듯 각각의 얘기를 들으며 이런 저런 생각이 엎치락뒤치락 했지만 그 중에서 단연 인상에 남는 것은 살고 싶다고 외치는 넘버였다.

비단 살아 숨쉬는 모든 존재에게 살고 싶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바램만큼 순수하게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있을까?
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이유를 품기고 하고, 같이 이유를 가지고 다른 일을 하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는 살고싶다.

넘버에 풍기는 것처럼 비장한 분위기의 뮤지컬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의해 제한된 행복의 권리. 그럼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을 하면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써간다면 그걸로 족하다는 위로를 한다.

네이버 tvcast 더뮤지컬 채널을 통해 초연 하이라이트(12)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