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

2016년 6월 10일 오후 3시,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아내를 따라 6일만에 세상을 버린 어느 시인의 실화를 담아냈다고 한다.

나로서는 그것이 그리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로 노부부들은  한 분이 세상을 달리하면, 남으신 분께서도 쉬이 돌아가시는 것을 실제로 듣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별이라는게 세상의 순리인 줄 알면서도 작은 이별조차도 마음에 얼룩을 남기는 게 사람의 정이다. 하물며 한 평생을 함께 한 그(녀)의 잃은 고통은 얼마나 클 것이며, 세상의 살아가야 할 큰 이유가 저물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한번은 그런 적이 있다.
암으로 투병하시는 외할아버지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맘이 쇠하여 몸까지 약해질까봐 비밀로 했기에 그때 당신께서는 암에 걸린 것을 모르셨는데

“내가 몸이 많이 안 좋은 것 같아. 얼마 살 것 같지가 않아. 그런데 너이 할머니을 두고 어찌 죽냐. 어찌 죽어. 너희 할머니 나 없으면 안되는데.  나도 너 할머니 없으면 못 살고. 그래서 어떻게든 아파도 참고 참고 살아야 하는데.

우린 같은 날 죽어야 해”

이 소리를 듣고서 너무 가슴이 아파 소리를 내지 않고 채 눈물을 흘리는데, 당시에 합병증으로 외할아버지 눈이 잘 안보이시던게 그때만큼은 그리 고마울 수가 없더라.

실은 나도 비슷한 맘을 가지고 있었기에 놀라운 면도 있었다.
사랑의 정의에 대해서는 각자의 믿음과 선호라는 것이 있다지만, 그래도 진짜 사랑이라는 단어에는 설렘이나 욕망이라는 치기어린 가치가 아닌 믿음이나 숭고함이라는 더 격이 높은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그래서 아무나 닿을 수 없고, 진정으로 사랑하면서 사는 것이 인생에서 한번 추구해 볼만한 가치라고.

아무튼 그렇게 공감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는지 정말 감동적으로 보았다. 사실 영화든 극이든 뮤지컬이던 콘텐츠를 계속 접하다 보면 연출이라는 부분이 저절로 눈에 익어서 마음으로만 ‘슬프다 슬프다’하고 마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이지 눈물이 나왔다.

정말 소중한 게 뭔지도 모르는 자식들이 미웠고, 자식을 위해서 자존심도 돈도 내어주는 아버지가 영민하지 못해 보여 미웠고,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하고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가 최우선인 어머니가 미련해보여서 미웠다.

하지만 또 그 모습들이 주변의 현실들과 겹쳐보여 미워도 도무지 미워지지가 않았다.
두 노부부가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툴툴대는 얼굴 위로 드러나서 오히려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미운 맘과 사랑스러운 맘이 섞이어 그냥 슬펐다.

가족들에게 잘해야지.

  •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기에도 인생은 참 짧다’라는 얘기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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