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0

하늘은 물 탄 먹색이었다.
검은색으로 차려 입는 것이 예의라지만 객이란 그저 고마운 것이라 들었다.
그래서 하늘도 좀 바삐 왔나 했다.

순간, 정말 바삐왔는지 하얀 눈발이 날리는 듯 했다.
벚꽃잎이 검은 구두의 광택을 휘감아 가리어 객을 조신케 했다.
꽃이던 눈이던 생이건 무슨 상관이냐는 듯.
그저 떨어져 날렸다.

죽기는 쉽고, 살기는 어렵다던 말은 오만임을 배웠다.
죽기 또한 생각보다 어려워 죽은 자와 산 자 모두 죽도록 울었다한다.

‘산 자는 죽은 자를 마음에 묻어, 맘의 깊이가 결국 알 수 없는 바닥까지 닿겠구나’했다.
어른의 여유란 실은 깊은 슬픔이었구나.

믿음이란

주말에는 오랜 친구와 등산을 다녀왔다.

실제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활동이지만, 오랫만이었고 좋았다.
신변잡기와 은근한 농담이 흘러간 뒤에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게되었다.

친구는 오래된 기독교 신자다.
얘기를 나누다 결국에는 하지 말아야 될 이야기. 즉, 믿음에 관한 주제를 스치게 되었다. 믿음이란 정치와 돈에 얽힌 이야기만큼이나 치명적-유혹적이고 위험한 주제 선정이다.

나는 그가 10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믿음을 부수고 새로 짓는 과정을 한 걸음 뒤에서 지켜보았다.
그렇기에 그의 생각을 내 나름대로는 진심을 다해 존중하고자 한다. 또한 나는 (무신론자가 되어야 된다는 의견에 점차 설득되어가고 있는) 불가지론자로서 그를 베지않고 빗겨나가는 일에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신실한 그의 입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의 말은 이미 예전에 꿰뚫은 구멍을 통해 지나갔기에 아프지는 않았지만, 몸에 입은 오래된 흉터를 상기시키기에는 충분했다.

하루는 아버지가 내게 약속을 했다.
나는 그 약속이 지켜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나처럼 독한 종류의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약속이 진심임을 알았다.

그래서 조금 슬펐다.
이 세상에 흩어 뿌려진 진심을 담은 약속이 얼마나 많을까 잠시 잠깐 생각했다.

믿는 것이라는 건 뭘까하고 생각을 했다.
이유를 묻지 않고 진심을 다해 믿는 것일까.
아니면 끝까지 그 생각을 지켜내는 기개일까.
우문같다.

현답을 내리고 싶었다.
나는 옳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다만 정해진 일에 대하여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아낼 수는 있을 것이다. 후에 그것이 결국 잘못한 일로 밝혀지고 말지라도, 나는 그것을 잘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면 잘못된 일에 대하여 반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오늘 하루를 잘해내기만 하면 된다.

말과 생각은 우리 삶만큼이나 미묘해하고 변덕이 심해서,
나는 오직 행동만을 믿는다는 다짐을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모호하고, 잘하라는 말은 폭력적이다.

다만 스스로를 사랑하고, 이성을 믿음으로 삼는다면 결과는 이미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능과 노력이란 얽힌 가지는 비바람을 견디는 고목의 밑동과 같은 것이라,
인력으로 고난을 견디어 내는 시간을 더할 수는 있으되 빛에 도달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태풍에 꺽인데도 부끄럼없이 제 인생을 살았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삶에 운이 닿아 비 개인 맑은 날을 만난다면 그것은 퍽 감사한 것이지,
실은 개인이 꿈으로 삼을만한 일은 아니다.
마음이란 쉬이 차지 않는 달 같아서
모자라면 헛헛하고, 온전하여도 기울까 두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각 존재에게 주어진 박탈할 수 없는 자유란.
가장 인간적인 일.
타고난 동물성에 온전히 반하는 일이며, 그리하여 우리가 인간답다고 칭하는 일.

본성에 반한 고귀한 존재로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다.
옳은 것들을 고르고, 사랑을 지키고, 하루의 지난한 싸움에 패한 자신을 다시 믿는 것.
종국에는 자신이 믿는 인간으로서 죽는 것이다.

고개 숙여 꺽지 말아라.

애쓰지 않아도 때가 되면 지니.

꽃아.

고개 숙여 꺽지 말아라.

애쓰지 않아도 때가 되면 지니.

꽃송이, 나비 날개 될 수 없듯.

꽃은 꽃이거늘.

바람에 묻혀 나른 꿈들 나 몰래 흩어간데도.

성성한 한 가지.

이슬 핀 방울 하나는 족히 맺으리라.

2019.02.12 흐른다

20년을 넘게 알고 지내온 녀석이 곧 결혼을 한다.

지난 주말에는 신부가 될 분과 녀석을 만나 식사를 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자연스레 대화를 나눴다.
마치 녀석의 옆에 원래부터 누군가의 자리가 있었던 것 처럼.

녀석은 오랜 벗인 내게 이런 저런 투정을 한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태도에 신부의 표정이 뾰루퉁해지는 게 보이지도 않나보다.
결국 핀잔을 주는 건 내 역할이다.
우정의 자리를 사랑에게 조금 더 내어주는 일은 서먹하게 기쁘다.

요즘에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사실 머리로는 알고 있었기에 당연하게 넘기면서도 남의 일을 보는 것 같은 일들이 태반이다.

어른 연기를 그럭저럭 해 낼 정도로 나이를 먹었구나 한다.
‘너무 늦게 달리고 있지는 않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쓸쓸해졌다.
여전히 투정 부렸으면하고서 어린 맘이 그립다.

어린 날들과 바꾼 추억들은 곱게 빚어졌을까.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돌이킬 것을 생각하니 지금 또한 참 시리다.

2019.02.04

안될 줄 알면서도, 질 줄 알면서도 피는 꽃처럼, 하루를 켜켜이 모아 가는 발걸음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슬픈 일만 허락된 줄 알면서도, 그 이야기를 덤덤하게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는 삶은 얼마나 고귀합니까.

시작과 끝이 함께 있는 것처럼 삶의 심지는 늘 죽음을 향해 있어. 깃털 한 올 같은 생, 불 태워 하늘 한가득 채우기 원하는가 봅니다.

잠시 잠깐 빛나는 모습 너무도 애달프고 아름답습니다.

Microsoft To Do

Wunderlist(원더리스트)를 계승한 To Do 프로그램이다.

따로 설명은 없지만 #을 적어서 태그를 사용할 수 있다. 태그는 클릭하여 모아보기가 가능하다.

하위 목록 및 노트를 적을 수 있으며, 알림&기한&반복 설정이 자유롭다.
노트나 하위 목록이 있는 경우 제목에 표시되므로 상세 내용을 줄여 보기에 편하다.
하위 할 일은 한 단계만 가능하다.

오늘 할 일/ 중요한 일/ 기한이 있는 일 / 할 일
이렇게 4가지 심플하고도 확연한 분류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목록(리스트) 설정이 가능하다.

아직 많이 써보지는 않았지만 빠른 것 같다.
기존에 사용하던 TickTick은 많이 사용함에 따라 무거워짐을 느꼈다.

현재까지의 느낌. 미니멀하고 가볍다. 필요한 것들을 쏙쏙 골라놨다.
안드로이드 버전은 나중에 이어서..

파일 및 이미지 첨부 기능은 없다.

가스렌지 점화 안될 때

가스렌지 화구 3개중 2개의 점화가 잘 되지 않아서 몇 달을 고생했다.

마지막으로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안되면 교체해야지 하던 중에 의외로 쉽게 해결을 했다.

보통 점화 문제가 발생하면 ‘배터리를 교체’하라고 한다.
점화플러그에 전력이 가지 않아서 불이 붙지 않을 경우에 해결된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가스렌지의 열전대와 점화플러그 및 화구를 깨끗하게 청소해줬다.

역시 소용없었다.
마지막으로 가스렌지를 열어서 벨브의 연결부위를 살펴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점화가 되지 않을 때의 행동요령 스티커를 발견했다.

“~배관내부의 공기 때문에 점화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잡이를 점화 위치에서 2~3회 길게 눌러주세요.”

놀랍게도 점화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되었다. 인터넷을 뒤져도 배터리를 교체하라거나 청소를 하라는 말은 있는데 해당 내용은 별로 나오지 않기에 짤막하게 포스팅해본다.

 

비트코인 요구하는 스팸메일 체크하기

사기 협박 메일을 받았다.

내용은 적당히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해커. 매우 영리. 지난 여름 당신 사이트의 보안성 나의 성실한 벌레들로 대체되었다. 당신이 중국 Dust와 뜨거운 해를 즐기는 사이, 네 웹 페이지의 사용자들은 내 하드 디스크에 항상 존재하게 되었다. 당신 이에 대해 불만있습니까?
Don’t worry, 작은 에이시안.
우리는 최선을 다합니다. 당신에게 행운을 주기위해.
여기 Bitcoin 지갑이 있다. 이는 세계적이고 매우 Comfortable합니다. 당신이 나만큼 영리하지 못한다면 구글의 도움 받을 수 있다. 나를 부유하게 하기 위해.
항상 감사하십시오. and also 해킹 조아.”

내 개인 메일이라고 하면 별 느낌없이 스팸함에 넣었을 것 같은데, 사이트를 해킹했다니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찝찝함이 남았다. 책임감이라는 것도 있고.
실제로 원문을 읽어보면 누구 하나 낚이라고 작정하고 적은 느낌이 든다. 불특정 다수의 약점을 노리는 교활한 문장들이 숨겨져 있다. 실제로 개인의 비밀스러운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메일을 보고 잠깐 심장이 철렁했을 것 같다.

다행히도 나는 전문 호스팅 업체를 이용하고 있기에 업체에 간단한 문의를 남겼다.
컴알못인 내가 직접 서버를 운영했더라면 웹 서버 보안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며칠간 갖은 고생을 했겠지.

의심스러운 점은 해당 협박 메일의 발신 주소가 본인의 메일주소라는 점인데, 사실 발신 메일 주소를 바꿔서 보내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메일의 정보를 객관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다. 각 메일에는 메일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헤더가 있다고 한다. 헤더를 보는 방법은 메일 서비스마다 상이하니 생략하고, 헤더를 가지고 여기 구글의 메시지헤더 분석 페이지를 이용해보자.
나는 이를 통해서 이 망할 녀석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보다컴 메일 서버과 아웃룩 익스프레스 6.0을 이용했음을 알게되었다. 고야아안놈! 메일서버가 다른데 어떻게 내 계정에서 보낸 메일일 수가 있단 말인가?

또한 내가 받은 지갑 주소가 Hoax 메일이라고 말하는 국내의 글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비트코인 어뷰즈 데이터베이스 사이트를 통해 해당 지갑 주소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다른 사용자들의 꾸밈없는 의견을 읽어보았다. 다들 Blackmail scam이라고 하니 한결 더 안도가 된다.

참고로 나는 게임 실행도 매번 막아버리는 보수적인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도 여러개. 토렌트나 웹하드도 사용하지 않고 웹캠도 달리지 않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내 사진을 찍었단 말일까? 🙂

요약.

  1. 본인 메일 주소가 발신 주소로 찍혀서 해킹 걱정이 된다면 헤더를 분석해보자. 아마 실제로는 다른 곳에서 메일 주소를 조작해서 보냈을 것이다.(메이저한 메일 서비스들은 거진 다 알아서 걸러주는 옵션이 있는 것 같다.)
  2. 비트코인 지갑 주소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알아보자. 유튜브외에 다른 걸 하지 않는 사용자가 똑같은 내용은 사기 메일을 받았다면 명백한 스캠 메일일 것이다.
  3. 실제 사용 컴퓨터의 보안을 전체적으로 체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