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12

살다보면 그 어떤 말이나 생각으로도 닿을 수 없는 곳에
갑자기 놓여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며칠 전 그런 순간을 만났다.
수족관 속 눈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 찰나에 내 존재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내가 몸을 돌리자 따라오는 고개와 눈동자에 유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치도 안되는 유리 하나 사이에 놓인 너무도 다른 두 존재가 기이하게 느껴졌다.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이상 세상에 더 놀랄 일이 있을까.
우리가 더 많은 것을 밝히고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우리들은 주어진 낡은 기적에 익숙해져서 새로운 장난감을 찾아 해메는 어린애가 아닐까.

한번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이상해보인다.
사람이란 어떻게 이토록 기이한 세상에 자연스럽다는 표현을 그토록 태연하게 할 수 있을까. 얼마나 무뎌질 수 있을까.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것처럼, 혹은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아가는 두가지 방법만이 있다고 했다.

곱씹어볼수록 아는 것이 아니라 뭘 모르는지만 점점 더 선명해진다.
그리고 영영 모를 수 밖에 없을 것들이 많아진다.

존재를 이루는 그 성긴 힘이 견디어 낼 때까지 우리는 오직 흩어지는 법 밖에 모르는 세상에 맞설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시인들의 자리가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모든 것이 비극인 것처럼, 혹은 모든 것이 축복인 것처럼 살아가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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