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란

주말에는 오랜 친구와 등산을 다녀왔다.

실제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활동이지만, 오랫만이었고 좋았다.
신변잡기와 은근한 농담이 흘러간 뒤에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게되었다.

친구는 오래된 기독교 신자다.
얘기를 나누다 결국에는 하지 말아야 될 이야기. 즉, 믿음에 관한 주제를 스치게 되었다. 믿음이란 정치와 돈에 얽힌 이야기만큼이나 치명적-유혹적이고 위험한 주제 선정이다.

나는 그가 10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믿음을 부수고 새로 짓는 과정을 한 걸음 뒤에서 지켜보았다.
그렇기에 그의 생각을 내 나름대로는 진심을 다해 존중하고자 한다. 또한 나는 (무신론자가 되어야 된다는 의견에 점차 설득되어가고 있는) 불가지론자로서 그를 베지않고 빗겨나가는 일에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신실한 그의 입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의 말은 이미 예전에 꿰뚫은 구멍을 통해 지나갔기에 아프지는 않았지만, 몸에 입은 오래된 흉터를 상기시키기에는 충분했다.

하루는 아버지가 내게 약속을 했다.
나는 그 약속이 지켜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나처럼 독한 종류의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약속이 진심임을 알았다.

그래서 조금 슬펐다.
이 세상에 흩어 뿌려진 진심을 담은 약속이 얼마나 많을까 잠시 잠깐 생각했다.

믿는 것이라는 건 뭘까하고 생각을 했다.
이유를 묻지 않고 진심을 다해 믿는 것일까.
아니면 끝까지 그 생각을 지켜내는 기개일까.
우문같다.

현답을 내리고 싶었다.
나는 옳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다만 정해진 일에 대하여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아낼 수는 있을 것이다. 후에 그것이 결국 잘못한 일로 밝혀지고 말지라도, 나는 그것을 잘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면 잘못된 일에 대하여 반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오늘 하루를 잘해내기만 하면 된다.

말과 생각은 우리 삶만큼이나 미묘해하고 변덕이 심해서,
나는 오직 행동만을 믿는다는 다짐을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모호하고, 잘하라는 말은 폭력적이다.

다만 스스로를 사랑하고, 이성을 믿음으로 삼는다면 결과는 이미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능과 노력이란 얽힌 가지는 비바람을 견디는 고목의 밑동과 같은 것이라,
인력으로 고난을 견디어 내는 시간을 더할 수는 있으되 빛에 도달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태풍에 꺽인데도 부끄럼없이 제 인생을 살았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삶에 운이 닿아 비 개인 맑은 날을 만난다면 그것은 퍽 감사한 것이지,
실은 개인이 꿈으로 삼을만한 일은 아니다.
마음이란 쉬이 차지 않는 달 같아서
모자라면 헛헛하고, 온전하여도 기울까 두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각 존재에게 주어진 박탈할 수 없는 자유란.
가장 인간적인 일.
타고난 동물성에 온전히 반하는 일이며, 그리하여 우리가 인간답다고 칭하는 일.

본성에 반한 고귀한 존재로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다.
옳은 것들을 고르고, 사랑을 지키고, 하루의 지난한 싸움에 패한 자신을 다시 믿는 것.
종국에는 자신이 믿는 인간으로서 죽는 것이다.

고개 숙여 꺽지 말아라.

애쓰지 않아도 때가 되면 지니.

꽃아.

고개 숙여 꺽지 말아라.

애쓰지 않아도 때가 되면 지니.

꽃송이, 나비 날개 될 수 없듯.

꽃은 꽃이거늘.

바람에 묻혀 나른 꿈들 나 몰래 흩어간데도.

성성한 한 가지.

이슬 핀 방울 하나는 족히 맺으리라.

2019.02.12 흐른다

20년을 넘게 알고 지내온 녀석이 곧 결혼을 한다.

지난 주말에는 신부가 될 분과 녀석을 만나 식사를 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자연스레 대화를 나눴다.
마치 녀석의 옆에 원래부터 누군가의 자리가 있었던 것 처럼.

녀석은 오랜 벗인 내게 이런 저런 투정을 한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태도에 신부의 표정이 뾰루퉁해지는 게 보이지도 않나보다.
결국 핀잔을 주는 건 내 역할이다.
우정의 자리를 사랑에게 조금 더 내어주는 일은 서먹하게 기쁘다.

요즘에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사실 머리로는 알고 있었기에 당연하게 넘기면서도 남의 일을 보는 것 같은 일들이 태반이다.

어른 연기를 그럭저럭 해 낼 정도로 나이를 먹었구나 한다.
‘너무 늦게 달리고 있지는 않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쓸쓸해졌다.
여전히 투정 부렸으면하고서 어린 맘이 그립다.

어린 날들과 바꾼 추억들은 곱게 빚어졌을까.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돌이킬 것을 생각하니 지금 또한 참 시리다.

2019.02.04

안될 줄 알면서도, 질 줄 알면서도 피는 꽃처럼, 하루를 켜켜이 모아 가는 발걸음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슬픈 일만 허락된 줄 알면서도, 그 이야기를 덤덤하게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는 삶은 얼마나 고귀합니까.

시작과 끝이 함께 있는 것처럼 삶의 심지는 늘 죽음을 향해 있어. 깃털 한 올 같은 생, 불 태워 하늘 한가득 채우기 원하는가 봅니다.

잠시 잠깐 빛나는 모습 너무도 애달프고 아름답습니다.

Microsoft To Do

Wunderlist(원더리스트)를 계승한 To Do 프로그램이다.

따로 설명은 없지만 #을 적어서 태그를 사용할 수 있다. 태그는 클릭하여 모아보기가 가능하다.

하위 목록 및 노트를 적을 수 있으며, 알림&기한&반복 설정이 자유롭다.
노트나 하위 목록이 있는 경우 제목에 표시되므로 상세 내용을 줄여 보기에 편하다.
하위 할 일은 한 단계만 가능하다.

오늘 할 일/ 중요한 일/ 기한이 있는 일 / 할 일
이렇게 4가지 심플하고도 확연한 분류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목록(리스트) 설정이 가능하다.

아직 많이 써보지는 않았지만 빠른 것 같다.
기존에 사용하던 TickTick은 많이 사용함에 따라 무거워짐을 느꼈다.

현재까지의 느낌. 미니멀하고 가볍다. 필요한 것들을 쏙쏙 골라놨다.
안드로이드 버전은 나중에 이어서..

파일 및 이미지 첨부 기능은 없다.

일정을 미룰 때 ‘오늘 나중에’, ‘내일’, ‘다음 주’ 그리고 그외에 설정을 할 수 있는데 ‘다음 달’ 항목도 있었으면 편했을 것 같다.

20181231 한 해를 마무리하며

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붙박이장 처럼 세월 속에 굳게 잠겨 변함없을 날들이, 생각하는 방향에 따라 기쁜 날이 되기도 하고 혹은 아주 괴로운 날이 되기도 한다는게.
그래서 종종 기쁨은 거짓으로 속여 만들어 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가끔은 대본을 읽는 것처럼 억지로 화를 내는 것 같은 때가 있었다.

물론 생각의 머리를 조금도 틀 수 없도록 압도되어 흘러간 시간도 많았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나날이 아주 조금씩 줄어들어 한번은 내가 제 멋대로 모노드라마를 찍고 있다고 착각했다.

그리고 요 며칠은 최근의 10여년을 돌이켜 보았다.
많은 것들이 사그러들어 당시의 생생함을 잃었지만, 순간마다 기억의 생체기는 남았고 그 모든 것들이 현재의 나를 감싼 덩굴로 엮이었다.
피와 살로 이뤄진 우리 존재는 요즘 유행하는 여러 것들처럼 곧 바로 필요한 부분만 더하거나 잘라 덜어낼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그 동안 애송이였다가, 결연해졌다가, 물렀다가 다시 단단해졌다가.
가끔은 여유를 가졌다가, 하루는 세상에 둘도 없는 겁쟁이처럼 벌벌 떨었고 오래 전 살았던 고귀한 이처럼 현명한 순간도 있었다.
막을 수 없는 시간처럼 나는 어린 시절의 나를 온전히 지켜낼 수 없었다.
내가 얼만큼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세상을 살고 느낀만큼 변했다.

스스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와중에도 ‘세상은 보는 방향을 따라 간다’는 생각은 더 살아갈 용기를 준다.

세상을 그저 아름답게만 보아 넘기자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온갖 종류의 도취 또는 마취와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변하지 않는 그 무언가를 마음에 담을 수 있다.
마음에 담은 그 무언가는 시간이나 타인이 빼앗아 갈 수 없음이다. 오직 스스로만 포기하거나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번번히 잊어버린다. 그러니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찾아내 그것들을 매일 소중히 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린 날에는 믿고 싶지 않았고, 지금은 아는 사실중 하나는 운칠기삼(運七技思)이다.
삶의 많은 부분이 개인의 노력보다는 운과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나라는 존재가 노력으로 세상에 일으키는 파문은 매우 미약하다.
10여년 전에 알았고 지금도 아는 사실 중 하나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사람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앞으로도 평생을 마음에 새겨야 하는 것은 밝은 날이나 궂은 날이나 마음은 구겨지지 않고 늘 빛나는 무언가를 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운이 따르기를 기대하고 쫓으며, 운이 따르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다면 세속적인 어려움은 없지 않을까.

가스렌지 점화 안될 때

가스렌지 화구 3개중 2개의 점화가 잘 되지 않아서 몇 달을 고생했다.

마지막으로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안되면 교체해야지 하던 중에 의외로 쉽게 해결을 했다.

보통 점화 문제가 발생하면 ‘배터리를 교체’하라고 한다.
점화플러그에 전력이 가지 않아서 불이 붙지 않을 경우에 해결된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가스렌지의 열전대와 점화플러그 및 화구를 깨끗하게 청소해줬다.

역시 소용없었다.
마지막으로 가스렌지를 열어서 벨브의 연결부위를 살펴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점화가 되지 않을 때의 행동요령 스티커를 발견했다.

“~배관내부의 공기 때문에 점화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잡이를 점화 위치에서 2~3회 길게 눌러주세요.”

놀랍게도 점화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되었다. 인터넷을 뒤져도 배터리를 교체하라거나 청소를 하라는 말은 있는데 해당 내용은 별로 나오지 않기에 짤막하게 포스팅해본다.

 

생각은 이리저리 날뛰어

네가되고 내가되고

실은 어찌되든 상관없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머물러야 되는 곳은 한 점이라.

그리웠다가 미웠다가, 그러다가 고맙고는 한다.

온전할 때에는 투명할 뿐인데 깨어지면 저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발산하고 마는 유리처럼, 생의 질곡도 온전한 상태로는 눈 덮인 맹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