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

권해효가 읽는 고바야시 다키지의 독방

이 책을 고른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COVID-19의 영향으로 교보도서관에서 무료로 책을 대여해주길래 살펴봤는데, 다른 책들은 이미 도서 구독서비스를 2개나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겹치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평소 맘껏 들을 수 없는 오디오북들을 살펴봤다.
무엇보다 최근까지의 상황이 독방이라는 제목과 어울렸고 권해효씨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책을 대여했다.

책을 듣기 전 고바야시 다키지라는 저자에 대해 잠깐 찾아보니 일본의 프롤레탈리아(Proletarier) 문학가라고 한다. 사실 프롤레타리아 문학에 대해 잘 몰라서 맛이나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잘은 몰라도 노동자 계급에 대한 핍박과 공산주의 믿음에 대한 찬양 그리고 투쟁에 대한 알싸한 맛이 날 것 같았는데 곁들여지는 1900년대 초의 일본 냄새도 좀 맡아보고 싶었다.
나는 한국인으로서 근현대사를 배운 터라 당시의 일본인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반감이 감정선에 닿아있어 일본인의 입장에서 쓴 당시의 생활상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던 셈이다.

글은 생각보다 조촐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나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에 대해 잘 모르지만, 사상이나 당시의 시대상을 다루기보다는 고바야시 다키지 개인이 수감하여 느끼는 인간의 비애와 소박한 감정에 대하여 느낄 수 있었다. 오디오북 전체도 1시간으로 짧고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지만 토막글이어서 대중교통에서 듣기에도 좋았다. 작가의 담백함과 솔직함이 맘에 들어서 대표작이라는 게잡이 공선(=게공선)도 읽어보려고 마음 먹었다.

추가적으로 이 오디오북을 통해서 컴북스의 100인의 배우 오디오북 시리즈(우리문학, 세계문학)를 알게되었는데, 나중에 구입해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권해효씨가 전문 성우가 아니다보니 호흡과 연기가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익숙한 음성으로 듣는 것 그 자체로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매일 작은 시간을 할애해 발성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책을 나만의 오디오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작은 프로젝트도 다짐했다.

※ 고바야시 다키지는 시간이 흘러 공산주의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실패하게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보통의 변화는 이런식으로 휘청휘청 흘러가는데 운동가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하나의 이상을 향해 자신의 목숨을 불태우는 걸까?

워드프레스(WordPress) 자동 업데이트가 되지않을 때

최근에 워드프레스 최신 버전으로 자동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서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서명이 확인되지 않아 진위 여부를 검증할 수 없습니다.”
라는 경고와 함께 업데이트 파일의 압축 해제가 되지 않으며 번번히 업데이트에 실패했다.

워드프레스 사용자가 적으니 한국 웹에서는 동일한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없었고, 영어로 검색해서 나오는 질문과 답변을 통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다음 버전에서는 해결되지 않을까 싶어서 버전을 건너뛰어 업데이트를 시도했지만 역시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가지 방법을 직접 시도해서라도 고치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검색을 통해 의외로 아주 쉽게 문제를 해결했다.

위에 링크된 페이지에서도 나와 같은 오류와 답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업데이트 실패 사례를 점검해보니 내 웹호스팅의 가용 용량이 40메가 정도로 넉넉치 못했다.

여러 호스팅을 옮겨다니다가 그냥 편한 Cafe24로 돌아왔는데 호스팅 용량이 작은 것을 전혀 신경쓰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추가 용량을 결제했다.

그리고 업데이트를 시도해보니 서명 확인 오류는 동일하게 출력되었지만 업데이트는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혹시라도 워드프레스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링크된 페이지의 글을 읽어보고 하나씩 시도해보길 바란다. 물론 제일 먼저 웹 호스팅 용량이 넉넉한지부터 체크해보자!

※ 블로그 유지비용이 올라갔다… 쓸만한 콘텐츠를 만들어 자급자족 블로그로 만들 궁리를 해야겠다.

겸손

사람이 쌓은 논리라는게 대게는 젠가를 하는 것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박식해보는 사람들의 의견 충돌 역시 누가 덜 틀렸느냐를 겨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나처럼 무식한 사람 눈에는 둘 중 하나가 완전히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결국 바보들끼리 싸우는 와중에 남들보다 타인의 흠을 좀 더 기민하게 찾아낼 줄 아는 예민함을 가진 사람은 그 특별함으로 밥맛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참으로 아쉬운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틀릴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주지하고 있다면, 모두에게 친절한 능력이 될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러니 기억하자. 겸양은 거만하고 기만적인 예의가 아니라 부족한 스스로에 대한 진실임을.

200503

오늘 어릴적 친구가 “너는 도저히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속내를 드러내는 편은 아니지만 일부러 숨기려고 애쓴 적은 없어서 나는 좀 순수하게 의아했다. 그리고 나는 진짜 좀 그런 사람인가하고 생각했다.

한번은 고등학교 친구들이 “네가 우리 중에서 제일 특이하다.” 라고 만장일치로 콕 집어 얘기했던 적이 있었다.

나도 걔들도 잘 몰랐지만 아무튼 나는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지는구나하고 생각했었다.

25년 넘게 날 보아왔던 놈 중 하나는 내가 “사막에 던져놓으면 모래를 퍼먹어서라도 살아남을 놈”이라고 했다.

칭찬인지 욕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죽지않는다길래 기분이 나쁘지 않아 그냥 넘겼다.

반면 맨날 너는 어떻다며 헛다리를 짚는 놈도 한 명 있다. 가끔은 나보다도 나를 앞질러가서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틀릴 때가 더 많아서 별로 거슬리지는 않았다.

실은 나는 매일 스스로를 알아내려 고심한다. 이 일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괴상해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하루 중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했고, 왜 그랬을까를 따라가는 일은 참 이상하다. 내가 누군지 알고 싶고, 함부로 결론내리고 싶지만 왠지 잡히지 않는다.

마치 자가 스스로의 길이를 재고, 가위가 스스로를 자르려는 일 같다.

아무튼 나는 오늘 다른 사람의 자로 나를 재어보고 역시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306

심장 뛰는 소리를 들어 본 적 있는 오래 된 이 있다면. 아마 적의 가슴을 열어 날뛰는 그것을 뽑아내 악기로 사용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내 단단한 쇠가죽 때리는 울음 소리만 못하다는 걸 깨닫았을 것이다. 

심장은 오직 제 주인을 위해 뛰기에, 뭔가 가련하고도 기특하다는 생각을 한다. 제 얘기를 하는 지 알았는지 심장 소리가 잦아들었다.

해가 다가오는지 어둠이 차분해졌다.아직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어둠의 부재를 통해 그것이 느껴진다. 새벽 찬 공기가 마치 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한기에 침식되다 보면 해는 신 중의 으뜸이라는 옛 이야기에 수긍이 간다.

오늘이 또 왔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몰라서 웃었다. 어찌되건 그 편이 더 좋아보이니까.

엑스박스 게임패스(XBOX GAMEPASS) PC 게임 설치 오류 해결법

윈도우10은 꽤 안정성이 높은 반면에 윈도우 스토어는 참 별로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윈도우10의 최근 업데이트는 똥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

아무튼 윈도우스토어를 경유해야 하는 엑스박스 게임패스(XBOX GAMEPASS)도 은근히 문제가 많았습니다. (게임 관리는 Xbox 앱을 통해서 합니다) 게임이 설치가 안된다거나 블루스크린을 띄우며 PC가 멈추기 일쑤입니다. 윈도우10을 수년동안 써봤지만 블루스크린을 본 게 몇년 만인지 모릅니다.

처음 겪은 문제는 Rise of Nations와 Age of Empire Definitive Edition을 설치하는데 블루스크린이 반복되는 것이었고, 두번째 문제는 Astroneer가 알 수 없는 오류로 설치가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첫번째 문제는 윈도우 업데이트로 해결하였습니다. 정확히 어떤 업데이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꽤 오랜 시간차를 두고 게임 설치를 시도했으니 마소측에서 문제를 인지하고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한 것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윈도우10의 지역설정을 한국에서 미국으로 바꿈으로서 해결했습니다.
검색창에 ‘지역’이라고 ‘지역 설정’으로 들어가셔서 바꿔주시면 됩니다.
몇몇 게임의 경우 한국어 버전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지역에서 노출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용과같이 극1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위치를 미국으로 바꿔서 설치해야 합니다.

최근에 겪은 세번째 문제는 구독 정보를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별다른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급한대로 윈도우 스토어의 게임탭에서 게임을 설치/실행하시면 됩니다.


22.06.17
새로 설치한 게임만 실행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윈도우 업데이트를 진행한다거나 xbox 앱을 초기화시키기. 스토어나 xbox앱 내의 오프라인 실행 권한 주기. 재로그인등 알려진 방법을 모두 동원해봤지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알게 된 사실은 다른 드라이브에 설치시 게임이 실행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기본 드라이브에 설치하면 먹통. 드라이브나 폴더의 권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설정에서 기본 드라이브에 새로운 폴더를 만들어 지정하자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 원인을 찾음. 예전에 플레이했다가 지웠던 특정 게임을 재설치하자 해당 문제가 재발. 기본 폴더를 다시 재설정하는 방법으로 다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음.

20191208

오늘은 동창을 만났다.
오래되었지만 틈틈히 시간을 내어 만나 근황을 알리는 친구다.
녀석은 20살 넘어서부터 10여년동안 주경야독해왔던지라, 녀석을 불러내 밥 한끼 살 때마다 내 마음도 씁쓸했다.

다행히 최근 원하던 바를 이뤄 요즘에는 즐거운 만남을 가지고 있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법인데 고생한 바를 옆에서 지켜봐온 것이 있으니 나도 진심으로 기뻤다. 타인의 경사에 이토록 기쁘다니 참 끈덕지게 고생한 녀석임은 확실하다. 실은 너무 고되게 사는 것 같아 참 미련하다고 생각한 때도 많았다.

아무튼 좋은 때고, 마침 날이 연말을 향하는 지라 다른 동창도 불러 함께 식사를 했다.
이른 시간부터 보았는데 술도 안주도 거의 없이 이야기만으로도 시간을 넉넉히 잡아먹었다.

머리가 굵어지다보니 서로 만나면 한 끼를 먹어도 좀 갖춰진 식사를 하게되는데 오늘은 어린 시절에 가던 오래된 식당에서 배부른 저녁을 먹고, 동네 호프와 노래방을 다녀왔다. 참 웃긴다. 꼭 15년 전 어린 애들처럼 놀고나니 머쓱하면서도 바보같이 즐거웠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노래를 잘 안듣게 된다기에 밀려드는 세월을 짐짓 무시하려 노래방에서는 요즘 노래를 부르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 나도 꼭 부르게 되는 옛날 노래들이 몇 개 있다.

친구 녀석이 그러더라. 이 노래는 가수가 부른 게 오히려 어색하고 네가 부른게 원래 노래처럼 느껴진다고. 그 말을 듣고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며칠 전에는 길거리를 걷다가 숨겨진 기억 속 어떤 냄새를 맡았다.
시간은 그저 어딘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흘러들었구나라고 생각했다.

20191204

최근에 몇몇 연예인들의 자살이 있었다.
그와 관련하여 친구 녀석들이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있었다.
단지 생각이 달랐을 뿐인데, 목소리가 높아져 중간에 있던 내가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야 그 둘의 생각이 달랐던 것이지.
실은 둘의 인생이 달랐다.
그 중 하나는 가족을 관련하여 잃은 경험이 있었고, 다른 하나는 원수와 같은 가족으로 인해 현재를 내색없이 버티어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중간에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뿐이였으므로 감히 말 한마디 꺼내기가 어려웠다.
각자의 삶이 만든 생각이 서로를 찌르고 있었기에 나는 토씨 하나 혀에 담기 주저했다.
그 상황과 서로가 이해되어 짧고 깊숙하게 저릿했다.

소중한 가족을 잃었던 이는 망자의 가슴에서 그 아픔을 뒤늦게 퍼내어 나눠 가졌을 것이고,
혈연으로 인해 삶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이는 삶에서 혼자만 벗어난 것이 비겁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서로간의 작은 생체기를 남긴 채, 나는 조잡한 농담과 잠시간의 침묵을 통해 겨우 그 순간을 냉각시킬 수 있었다.

아무런 결론에 도달하지도 못하면서 이 기억을 남긴다.
그냥 모든 퍽이나 잘해서. 잘해서. 다들 그냥 행복하기만 했음 싶으면서도, 각자의 부족함에 침전해 그 아픔을 이해하게 되는 게 사랑인 것 같다 .

2019.12.03

김칫국이 조금 남아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인스턴트 식품은 왠만하면 안 먹으려고 하는데 국을 그냥 다시 먹기 지겹기도 하고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지라. 이래저래 끓여 먹었다.

그리고는 혼자 열연을 펼치며 먹방을 찍었는데, 이 환상적인 맛을 요리왕 비룡식으로 표현하고 싶은 절절한 맘이 들었다.
‘아! 이 맛은 무엇일까. 국밥뭐시기와는 다른 진하고 오랜…’
짧은 순간 생전에 먹었던 천상의 식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개중에 다수가 군대시절에 먹었던 음식임을 깨달았다.
별 다섯개에 백주부 맛집보다 그때 삼켰던 질긴 보급라면이 훨씬 맛있었다.
장식품 아닌 내 머리로도 쉽게 외울수 없는 비싼 외국 음식들보다 미지근한 물에 반쯤 익어 생라면과 생스프의 맛이 혼재된 행군 중에 먹은 육개장이 더 맛있었다.
남 몰래 같이 욕지거리하고 서로 위해주던 동료들과, 욕밖에 안나올 정도의 극한의 노동이 섞인 맛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그렇게 파노라마 속 인생의 맛을 탐험하던 중에 어릴 적 먹었던 감자 하나가 떠올랐다.
지금은 흔적도 찾을 수 없는 25년 전 오랜 초가 집 옆 주방.
가마솥도 있고 아궁이도 있던 그 곳에 놓인 화로. 거기에다가 감자를 쪄 먹었는데 기가 막히는 맛이었다.

며칠전에는 어머니가 외할머니께서 해주신 두부가 먹고 싶다고 하셨다.
생전에는 고생이라며 그렇게 말리시더니 갑자기 그러셨다.
나도 외할머니가 쪄준 감자가 먹고 싶다. 외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썰매를 타고 싶다.
사진 한 장도 없는 그 때 그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요즘에는 아버지께서 고향이 나오는 쇼프로를 매주 보신다.
할머니 집은 부서지고 흔적도 없다. 바로 그 옆집에서 개그맨이 생활하는 전원 프로그램인데 나는 우리 집도 아닌데 무슨 재미로 보냐고 핀잔을 주곤 했다.

실은 안다.
풀 한포기라도 익숙한 것이 있지 않을까. 흙 한 줌이라도 옛 흔적이 있을까봐.

죽음에 대한, 과거에 대한 최고의 애도는 살아있는 사람이 기억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이게 다 라면 때문이다.

2019.11.13

친구가 오늘 어땠냐고 물어보기에 “보통날”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실없게도 동명의 노래가 떠올라 들어보았다. 그리고 다른 지오디 노래도 이것저것 들어보았다. 그 시절에는 가사를 따라 적으면서 노래를 외우고는 했는데, 그 때문인지 노래에 끈끈하게 붙어있는 기억들이 있다.

어떤 음악은 강원도 홍천 외갓집 거실 창을 넘어 나가는 차가운 풍경과 시골 공기. 그리고 개구리 소리와 어둠을 슬며시 빗기는 노란 등불을 떠올려주고 또 다른 노래는 처음 전학가서 아무 준비없이 장기 자랑을 해야 했던 부끄러움을 상기시켜주고는 한다.

지오디 노래는 인기가 많았던만큼 여러 파편들이 묘하게 조각을 맞추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헤진 기억 속 작은 영사기 같은 컴백 영상이 떠오른다. 그리고 거실에서 빗겨난 방의 작은 티비. 작은 나. 애절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음색.

당시는 MP3도 스마트폰도 없었기에, 가요 프로그램이 나오면 꼭 티비 앞에 앉아 기다리던 시절이었다. 컴퓨터도 부모님 허락을 받아 정해진 시간만 하던 때였기에 컴퓨터를 켜면 꼭 노래를 틀어두곤 했다.

그것들은 전부 어디로 갔을까. 당시에는 몰랐던 젊은 어머니는 어디로 갔을까. 바보같이 순수했던 내 누이는 어디로 갔을까. 무섭도록 독했던 아버지는 어디 갔을까.